이야기2014. 2. 3. 23:36




「思い出くるりん」、幻冬社、2008. 239pages.


이 책은 쿠루리의 오피셜 웹사이트에서 진행되었던 <思い出くるりん>이라는 기획에 팬들이 보내준 글 중 일부를 선정하여 만든 책이다. 물론 내가 그 당시에는 쿠루리를 몰랐고, 이 책의 존재도 작년 여름에서야 처음으로 알았다.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思い出くるりん>의 특설 페이지에 들어가보게 된 것. 이미 절판이 된 책이라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아마존에 올라와 있는 중고책의 목록을 보니 다행히도 해외 배송을 하는 판매자가 있어서 바로 주문했다. 그래서 배송료까지 포함해도 저렴하게, 아주 깨끗한 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 정말 정말 기뻤다. :)


읽다가 말다가 해서 작년 말쯤에야 다 읽었는데, 참 예쁜 책이다. 한 밴드의 음악들과 관련하여 이토록 다양한 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들이 있을 수 있구나, 새삼 감탄했다. 솔직히 말하면 책에 있는 멤버들 사진 보고 싶어서 구입했던 이유도 컸는데(근데 '멋있는' 사진보다는 '웃긴' 사진이 훨씬 많음; ㅋㅋ), 내용도 하나하나 사랑스럽다. 참고로 키시다 상과 사토 상이 쓴 글도 중간에 살짝 숨겨져 있다. (키시다가 쓴 글은 너무 웃겨서 많이 웃었다. ㅎㅎ)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정말 다양하다. 쿠루리의 라이브에 처음으로 갔던 날의 기억, 쿠루리를 알게 되어 좋아하게 되어가던 나날들, 쿠루리 덕분에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과 연인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쿠루리를 들려주고 태어나서도 쿠루리를 함께 듣는 가족의 이야기, 쿠루리 멤버들을 직접 가까이서 봤던 추억, 자신의 삶과 쿠루리의 노래가 겹쳐서 자신의 테마송이 되었던 이야기,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들었던 노래, 어느 날 갑자기 마음에 확 하고 와닿았던 노래, 자신에게 언제나 힘을 주는 노래와 그런 노래를 만들어준 쿠루리에게 고맙다는 이야기 등이었다. 연령대도 참 다양한데, 졸업을 앞둔 중학생 소녀가 소중한 모두에게 쓴 편지는 정말 귀여웠다. 회사에 잠깐 일하러 왔던 젊은 여성 덕분에 쿠루리를 알게 되어 팬이 되었다는 한 아저씨의 이야기도 있었고, 어머니가 음악을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쿠루리를 들으며 자랐다는 10대 소년도 있었고, 자신의 아들 역시 쿠루리를 좋아한다는 30대 아빠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쓴 글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단어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읽으면서 한편은 많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쿠루리를 늦게서야 알게 되었고, 일본에 살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추억들이 내게는 참 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도 쿠루리의 라이브에 한 번 가본 적은 있긴 하지만, 지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나보다는 쿠루리와 훨씬 더 가까울 일본의 팬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나 역시 쿠루리를 많이 좋아하고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자그마한 추억들을 나름대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쿠루리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애틋한 추억은 나 역시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참 행복했다. 그리고, 쿠루리에게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참 많았다. 나도 그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제 인생과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Posted by a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