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013. 3. 17. 20:35



이건 내가 작년 8월에 해놓았던 것을 조금 다듬어서 올리는 것이다.

사실 크게 바뀐 건 없는데, 그때 어려웠던 부분은 지금도 변함없이 어려워서 좀 절망했다. 그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왜 지금도 어렵단 말이더냐. ㅠ ㅠ

아무튼 그 당시에는 인터뷰를 읽으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옮겼던 것이고. 인터뷰 뒤에는 키시다 님이 쓴 《왈츠를 추어라 ワルツを踊れ》의 제작과정 노트가 있는데 나중에는 그걸 옮겨보고 싶다.


<로킹 온 재팬> 20077월호 인터뷰(pp. 55-57)에서. 인터뷰어는 야마사키 요이치로(山崎洋一郞).
의역을 한 부분이 있으며,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쿠루리, 신작 《왈츠를 추어라》,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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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예상할 수 없네요. <주빌리Jubilee> 같은 멜로디가 팝 씬에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까라는 의문인 거죠.

그래도 저는 멜로디가 단어라고 생각하니까요. 지금은 일반적으로 단어는 언어이죠. 컴퓨터의 세계에서는 숫자가 언어이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같은 문과 계통의 사람에게는 단어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멜로디만으로 사람은 울기도 하지 않나요. 그건 아마도 음악이 좀 더 위대했던 시대의 흔적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물질주의 문화가 아니라, 음악이 오락이 아니고 조금 커다란 것이었던. ……음, 이번에도 생각했던 것은, 역시 클래식에 접했어요. 그래서 현악 연주를 넣었습니다. 물론 그런 영향도 있었어요. 역시 옛날의, 그야말로 18세기와 그즈음의 시대……빈에 가면 그 전통을 필사적으로 계속해나가서 무엇인가 형태를 고정시킨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 있으니까요. 음악이 오락이 아니고, 여러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시대의 것을요. 그래서 저는 아마도, 그 시대에 가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락을 목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 뮤지션이 된 것도 아니에요. 사실은 역시……일률적으로 팝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무거운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요(웃음). 제가 음악을 어린 시절에 좋아하게 되어서, 스스로 머릿속에서 만들어내거나 했던 욕구라든지 그런 것은……현상(現象)으로써의 팝 뮤직의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어쩐지 알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아직 팝 뮤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점점 가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합니다.


 - 하지만 팝 뮤직은 오락인 동시에 그런 힘을 가진 표현이기도 하지 않나요?

요소는 그렇지요. 하지만 그것이 음악이 아닌 비음악적인 요소로써, 역할이 바뀌어버리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저는 “음악을 위한 세계가 아닌 세계구나”라고, 음악을 만들어가며 자주 생각하고 있어요.


- 그래도 그건 팝 뮤직을 만드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는 바꿀 수 없죠.

그것에 관해서 저는 타력본원(他力本願)으로써, 사회가 바뀌었으면 한다고(웃음) 생각하고요. 또는 제가 하지 않고 리스너들이라든지 그런 사람들이 바뀌었으면 하고 생각해요. 저는 역시 뮤지션이니까,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전략을 세우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음악을 만들고 싶네요.


- 지금의 록/팝 씬에서 느끼는 의문이나 불만은 이 앨범의 내용에 큰 영향을 주었나요?

음, 여러 가지 있는데요. 일단 <로킹 온 재팬>에도 실리고, 우리들을 록 밴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써, 방향을 알 수 없이 길을 달리 드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도 역시 록은 새로운 것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들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새롭게 만들었다는 실감은 조금 있어요. 그것은 자유로운 멜로디입니다. 역시, 최근의 일본의……일본뿐만 아니라 영국의 록, 팝을 듣고 있으면 멜로디가 아주 부자유스럽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좋은 멜로디를 쓰는 사람도, 부자유스러운 멜로디를 쓰게 된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멜로디라니!”라거나, “정말 정체된 기분이 드네, 이 멜로디”라든지, 그런 것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그런 멜로디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게다가 자유로운 것. 자유로운 멜로디를 쓰려면 여러 가지 세세한 것들을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것은 인터뷰의 초반에도 말했던 악보의 이야기 같은 것이 모두 그런 이야기예요. <아나키 인 더 무지크Anarchy in the Musik>는 실제로는 다른 가사가 있었어요. 그게 왜 바뀌었냐면, 조금……메시지가 너무 강해져서, 곡이 너무 장황해진 느낌이 있었어요.


- 어떤 가사였나요?

역 플랫폼을 보면 모두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죠. 휴대전화로 메일을 보내고 있어서 놀랐어요. 그리고 역의 전광게시판을 보면 몇 번 차량이 여성전용차입니다, 몇 번 차량은 약냉방차입니다 같은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요(웃음). 사람은 이렇게 로봇처럼 행동하는 중이랄까…… 예전에는 역에서 약속시간을 맞춰 사람을 기다리고 “몇 시 몇 분, 몇 번 개찰구에서 만나자” 같은 조금 로맨틱한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없으니까요. “아, 이제 역이야, 그런 거 아냐” 같은 식으로요. 그런 노래입니다. 저는 그게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요, 이 트랙과 맞추면 너무 하드코어해져서…… 왠지, 역시 젊은 사람들, 조금 점점 로봇화되어가는 듯한 사회라든지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제약이 사실은 많다고나 할까. 주5일제 근무가 되고, 이메일을 편리하게 쓸 수 있는데 일이 늘어나기만 하니까요. 여성이 치한을 만나지 않도록 여성전용차를 만든다거나, 강한 냉방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약냉방차를 만든다든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점자 블록을 만든다든지, 배려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뿐인데 뭔가, 그것은 꽤 그것대로 폐해를 낳고 있다고 할까요. 폐해를 낳으니까 좀더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들고. 결국 엄청나게 여러 가지 것들이 제약되고요. 좁아진다든지, 경직되는구나 같은.


- 응, 마비되고 있죠.

마비되고 있어요. 그 마비가 멜로디의 부자유를 낳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그건 특별히 음악에 직접적으로 담긴 메시지가 아니지만요. 어머니의 머리를 잘라 가방에 넣거나 하지 않도록 좀더 흙을 접한다든지, 사람과 사이좋게 지낸다든지, 그런 것이 가능해지게 한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합니다. 역시 이번 앨범은 꽤 다정하다고 생각해요. 아나키(anarchy)한 메시지도 분명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요. 분명 요즘의 일본의 대중음악이 어려운 와중에도 분발하려는 상황에서, 다른 관점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 이외의 사람이야 아무래도 괜찮지만……그래도 이 앨범을 듣고 멜로디를 매개로 해서 자유라거나, 에코(eco)라든지 혹은 초자연 같은 걸 느껴서 듣는 사람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상쾌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가치 있을까요. 그게 가장 기쁩니다.



* * *

1. 이 뒤에는 교토에서의 음악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당시에는 구상 중이었던 듯.
쿠루리는 역시 교토 밴드.

2007년부터 매해 9월에 쿠루리 주최의 ‘교토 음악박람회(http://www.kyotoonpaku.net/)’가 열리고 있다.

올해(2013년)는 922일이라는데... 나도 꼭 가보고 싶다. ㅠㅠ

그리고 올해부터는 또 무슨 WHOLE LOVE KYOTO라는 행사도 열린다고.


2. 인터뷰에서는 꽤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다른 때 보면 역시 개그 본능으로 충실하신 깜찍한(!) 분인 것 같다.
추어탕을 맛있게 먹고 한국에서 레코딩할 당시 주식 중의 하나가 참이슬이라고 하는 걸 보며 한국에서 25년 넘게 산 나보다 훨씬 더 나으신 분이구나..... 싶었다. 맛난 거 먹으러 또 오세요. ♡

3. 사실 나는 <아나키 인 더 무지크>에 관한 내용이 나와서 참 흥미로웠다. 내가 《왈츠를 추어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좋아하지만 남에게 들려주기 좀 쑥스럽거나 부끄러운 노래"라는 주제로 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노래를 들고 갈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스트링이 정말 멋지게 어우러진 트랙이기도 하고, 키시다 시게루의 저음의 목소리가 정말 멋지다. (좀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정말 섹시하고 심지어 퇴폐적이다. -_-;) 가사도 처음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했지만 하나하나 해석해보니 아주 재미있는데, 언어유희도 있고 음악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샤프, 내추럴, 플랫, 크로매틱(chromatic, 반음계의), 홀 톤(whole tone, 온음), お玉杓子(오타마쟈쿠시 : 국자, 올챙이 등의 뜻인데 “음표”를 가리키기도 함!ㅎㅎ) 등. 




Posted by a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