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2013. 11. 17. 23:27




1110일-13일 일정으로 교토와 오사카에 다녀왔다.

폴 매카트니 할아버지가 내게 '거절 못할 제안'을 하시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혼자서 훌쩍 다녀왔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열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을 보냈지만, 어떤 면에서는 참 사막 같은 생활을 해왔었다.

이렇게 놀러가는 것도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1년 만에 다시 방문한 교토는 역시 아름다웠다. 첫날은 비가 조금씩 와서 아쉬웠지만,

비 오는 교토도 운치 있었다고나 할까.

교토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도 멋졌다. 한적한 니시진의 주택가에 위치한 곳.

주인 언니(?) 유미코 상을 비롯한 스탭분들도 다들 따뜻했고.

체크아웃 하는 날 너무나 친절하게 인사해주셨던 같은 도미토리의 일본인 아주머니들. ㅎㅎ 감사했다.

역시 같은 도미토리에서 묵었던, 수능 끝나고 혼자 여행 왔다던 귀여운 민지 양. 여행 잘하고 갔겠지? 함께 아침 식사했던 시마자키 상은.. 가는 날 인사를 못해서 지금도 아쉬움. ㅠㅠ 아몬드 포키도 주셨는데. ㅠㅠ

잠깐의 여행 동안 다들 스쳐간 인연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너무 많이 걷지 않도록 일정을 짠다고 짰는데, 그래도 역시 다녀온 뒤에는 한동안 너무 힘들어서... -_-;;

역시 무리했구나 싶었다. 그래도 더 많이 튼튼해진 것 같은 느낌이야. 운동도 좀 해야 할 텐데;


가사 번역도 다시 열심히 시작!! ♡



* * *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공연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하나도 쓰지 않아서 조금 덧붙인다.

돔 구장을 꽉 채운 관객들.. 굉장했다. "점핑 금지"라는 경고문(?)을 나눠줘서 처음에는 엥?!! 하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몇 만 명의 사람이 뛰면 정말 주위에 큰 피해를 줄 것 같긴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굿즈 판매장에도 정말 사람이 엄청났다. 나는 내가 이번 여행을 온 가장 큰 목적을 잊어버리고 + 물건 값에 대한 안이한 예상으로 인해서 거의 사지 못했다. OTL 이런 나의 안이함. -_-

(프로그램 책자, 티셔츠, 에코 백, 엽서 세트, 열쇠고리 등의 상품이 있었다. 책자를 꼭 사고 싶었는데..ㅠ.ㅠ)


아무튼 우리 폴 할아버지 여전히 건강하시고, 깜짝하시다. ㅎㅎ

젊은 시절에 비해 목소리는 확실히 변하기는 했지만 세월의 관록이 묻어나서 듣기 싫지 않다. 오히려 중후한 매력이 있어서 좋다.

일본어를 나름 열심히 준비해온 폴. 그것도 오사카라서 그런지 간사이벤으로. ㅋㅋ


한 곡 한 곡이 모두 소중했다. 결국 <Jet>은 못 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이 노래들을 직접 그의 목소리로 듣는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비틀즈는 예전부터 좋아해왔지만, 워낙 옛날 밴드이고 이제는 무슨 전설처럼 얘기되기도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들을 많이 좋아하면서도 너무나 먼 존재였고, 폴은 한국에 안 오고.. 그런 이유들이 있었으니까.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만 만약 도쿄나 후쿠오카로 갔다면 그래도 좀 아는 분들하고 같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쩌다보니 오사카로 가서 혼자 본 게 좀 아쉽다. 이제 나도 혼자 다니는 게 쪼끔은 외롭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걸까.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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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