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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9 <파피루스Papyrus> 2012년 10월호, 키시다 시게루 인터뷰 일부
이야기2012. 12. 9. 17:42



<파피루스Papyrus> 201210월호 기사의 일부를 옮긴 것.

소제목은 내가 따로 붙였다.

모두 번역하긴 했는데 주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올림. :)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앨범의 제목, 《坩堝の電圧(るつぼのぼるつ; 루쓰보노보루쓰; 도가니의 전압)》

(…) 제가 제목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에 보인 것은, 생명의 존엄이라든지, 사람들의 유대라든지, 재해 이후에 자주 말해지는 듯한 그런 단어 속에 있는 “지역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곳에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통칭이 있다는 것. 재해가 일어났기 때문에 처음으로 “리쿠젠타카다 시(陸前高田市)”라는 이름을 알게 된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그 지역의 사람이 아니면, 동네 이름을 모르죠. 특히 최근에 병합된 시정촌(市町村 : 한국의 시, 읍, 면에 해당하는 일본의 행정구역/역주)은 이름이 많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everybody feels the same>이라는 노래의 후반에 세계의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를 나열해가는 가사가 있습니다만, 전국 투어를 할 때에 라이브를 하는 곳의 이름으로 바꾸어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지도를 인쇄해서 꼼꼼히 보면, 모르는 이름뿐이었네요. 시정촌을 병합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지역성이 파괴된 장소가 있고, 분리된 국민이 있다는 것이죠. 그것이 재해에 노출되었고, 저에게는 그것이 방치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것을 상징하는 키워드로서 “도가니[坩堝]”라는 단어가 우선 떠올랐어요. 네 번째 곡인 <taurus>라는 곡에 있는 “애정의 도가니가 되네/초원을 빠져나가라/황소처럼”이라는 가사에서 따왔습니다. (…)
 지금은 여러 가지 것들을 도가니에 비유하여 말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지역성의 이야기도 그렇고요, 사람의 마음속도 마찬가지로 도가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은, 좀처럼 잘 되어가지 않네요. 원자로도, 냉각 배관이 조금 부서진 것만으로도 문제가 일어나고 말아요. 어딘가 한곳으로부터 증기가 새어나온 것만으로도 못쓰게 되는 거예요. 그것은 사람의 신체, 마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미지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중에, 문득 “るつぼのぼるつ”라는 단어가 돌연 떠올랐어요. 우선, 그 울림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꾸로 읽어도 같을 듯한데 실은 그렇지 않다는(웃음).


도쿄를 떠난 뒤의 의식의 변화

(…) 앨범의 마지막 곡인 <glory days>의 노랫말에 신칸센을 타고 그때까지 살던 거리를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시점에서 노래의 주인공은 자신에 취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잃어버린 것의 큰 의미와, 미담(美談)이 아닌 이야기가 많이 생겨나요. 정착할 곳이 없는 채로, 그 사람은 그저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glory days>는 그런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집시스러운 것이 아니라 고향을 잃은 감각에 가까워요.
 피해 지역에는 집에서 쫓겨난 사람이 있지요. 주위보다 약간 높은 평지에 주거를 이전하려고 해도, 좀처럼 계획이 정리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어요. 잘 생각해보면 재해로 그런 일이 처음 일어난 것은 아니에요. 살아온 장소에서 쫓겨나고, 그때까지 살아온 장소가 없어졌다고 하는 일은 과거에도 많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것에 대한 의식이 저에게는 희박했어요. 저는 교토에 고향집이 있고, 마음이 안정되고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방금 말한 ‘나는 어디 사람인 거지?’라는 감각이 해소된 것은 아니에요.
 살아온 장소에서 쫓겨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저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요. 피해를 입은 사람뿐만 아니라 방사능과도 관계없이, 어쩌면 지금부터의 일본에는 점점 그런 사람이 늘어갈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들의 기분은 무엇에 의지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냉정한 의미로 쓴 "추억"

(…)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잔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그것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고 싶어요. 지금까지 우리들이 눈을 돌리지 않고 관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라는 것은, 음악업계의 불황으로 CD의 판매량이 줄고 있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고 확실히 시대가 변하려 하고 있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보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로는 향할 수 없어요. 저는 그것에 꿈을 맡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쓸어버리는 강함과, 그럼에도 이상을 좇아 나아가기 위한 지표가 되는 듯한 것을 발견한다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앨범에는 “추억”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지만, 그것을 노스탤지어로서 쓰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나아가라”라는 단어도, 미담처럼 쓰고 있지 않아요. 무작정 나아가는 때의, 한걸음 나아갔다고 하는 물리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선으로 잇는 때에, 분명 새로운 것이 일어난다

(…) 지금의 시대는 여러 가지가 획일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직 획일화되지 않은 것을 점으로 붙잡아서 그것들을 하나의 선으로 이었을 때, 무엇인가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거나 한다면 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선으로 잇는 때에, 분명 새로운 것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것과 닮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소의 일상에 굴러다니고 있는 듯한 쓰레기 같은 일이라든지, 여러 감정 중의 하나라든지, 뭐라도 괜찮으니까, 작은 사물과 사건을 “바로 지금의 시대이기 때문에, 이것은 자극적인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 앨범에는, 오히려 시시한 듯한 노래도 들어 있습니다. 5년 전에는 그저 시시하기만 한 것이었을지도 몰라도, 지금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 많았습니다. (…)


밴드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 말하자면 저와 사토 군이 나선 같은 계단의 위를 향해서 걷고 있고, 그 멀리 아래의 같은 좌표에 두 사람이 있어요. 그들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신선한 놀라움을 느끼는 일이 여러모로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잊고 있던 첫 취재 때의 기분이라든지, 두 사람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낸다든지요. 그것으로부터 노스탤지어가 아닌 현실적인 사고방식이 생겨나기도 해요. 어쨌든 많은 일들이 재미있습니다.
이전에는 사토 군과 친구끼리 두 사람이서 하고 있다는 감각으로, 밴드로서는 미묘한 상태인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것이라면 역시 고조되지 않네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평소의 감각이 있어요. 평화로운 대신에 사건은 일어나기 어려운. 하지만, 사람이 늘어나고 학급처럼 되면, 작은 인종의 도가니 같은 것이 완성되죠. 그것이 역시 자극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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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를 읽을 당시는 아직 쿠루리의 열 번째 앨범이 발매되기 이전이라서, HMV에 예약을 걸어두고 그날만 꼬박 기다리고 있던 때였다. 아직 노래를 다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특설 사이트 등에서 몇 곡은 미리 들어보았으니까 ^^;), 이 인터뷰를 읽으며 든 생각은 이번 앨범은 분명 뜨겁고 상냥한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얼마 뒤에 정말 그렇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키시다 시게루는 자신이 발을 딛고 사는 곳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많은 애정을 품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모습들에 많이 감동을 받기도 했다. 밴드로 음악을 한다는 게 행복하다는 말도 인상적이고... 앞으로도 멤버들과 함께 오래오래 음악을 해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원문에는 사투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데, 편집 과정에서 많이 정리한 것일까 궁금하기도.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