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013. 3. 25. 00:17



쿠루리가 한국에 와서 레코딩할 당시의 기사이다.
야마사키 요이치로 편집장님이 한국에 와서 인터뷰했던 모양.

그동안은 번역하면서 야마사키 씨의 말도 존댓말로 옮겼는데 이번에는 그냥 좀 편하게 말한다는 느낌으로. 야마사키 씨가 키시다 씨보다도 더 연배가 있고, 나한테 그렇게 읽히기도 하니까. 늘 느끼지만 정말 이분은 자신이 인터뷰하는 대상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고 이끌어간다는 느낌이 있다. 역시 편집장.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싶은데 좀 나중에.. 사진 찍는 게 왜 이렇게 귀찮을까. -_-;

근데 이 인터뷰의 맨 처음에 나오는 큰 사진, 궁서체의 "쿠루리"라는 글씨가 크게 있고 귀여운 키시다 씨가 허름한 골목길에 있는 그 사진은 잘 찾아보면 로킹온재팬 홈페이지에서도 아마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내가 예전에 본 적이 있으니까.


인터뷰 중에서는 한국과 관련된 부분만 옮겨보았으며,
의역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틀린 부분도 있을지 몰라요. ㅠㅠ



* * *

- 조금 유기적인 취향이네. 그간의 앨범은 그랬지.

응. 그건 그것대로 좋아하지만 뭐랄까……지진이 일어난 다음날 10FEET와 함께 공연했어요. 어쿠스틱으로 하고 싶어져서 건전지를 쓰는 앰프로 베이스의 음만 내서.



- 아주 감동적인 라이브였던 듯한데.

네. 마이크도 앰프도 연결하지 않고 생으로 내는 소리니까. 좋은 결정이었구나 생각하면서 했었고요. 그리고 그 감각으로 새로운 밴드도 시작했던 거니까, 보다 유기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일렉트릭 기타라거나 연주하면서는 역시 전기를 잘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몇 번 한국에 라이브하려 왔던 때에, 작년 여름이었나, 록 페스티벌에 와서는 밥도 맛있고 왠지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11월 말에 투어로 왔을 때도 역시 앰프의 음 같은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러고 나서 사토 군과 케이 팝을 좀 들어볼까 하고, 제 취향은 아니지만 카라 노래 같은 걸 들어보면서 음이 좋구나 하고 생각했고요.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어쩐지 직감 같은 게 있었어요. 단순히 어떤 소재로서도 재미있으려나 하고 생각했고.



(중략)



- 그저 그 세계의 그 감각으로 계속 해나간다는 건, 나한테 쿠루리는 역시 펑크 밴드적인 면도 있으니까. 다음에 그런 방향으로 간다는 건 매우 수긍하기도 했고.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예를 들면 유럽이나 뉴욕처럼, 뭔가 이미지도 포함해서 먼 곳에 가지 않고, 근처에 있다는 그런 감각은 아주 참신한 듯한데.

응, 응. 어디를 가더라도 그 나름의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든지, 그곳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생각했다든지 하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한국에 와서는 한국에 옴으로써 내 안에서 작용하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아주 있는데요.



- 그래도 그게 그렇게 크지는 않지? 가령 빈에 갔을 때, 실제적으로 음을 만드는 데에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보다도, 클래식이라면 곧 빈이라는 그 관념이 아닌지?

관념이죠.



- 그걸 구해서 갔던 거 아냐? 근데 이번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좀더 쿨합니다. 아마도요. 그때는 역시 그곳의 음악자체에 자극 받아서 갔던 거죠.



- 그런데, 그 뒤에 교토에서 앨범을 만들었던 때에도 어떤 종류의 관념을 구해서 갔던 부분도 있었잖아. 나는 한번 더 이 교토에서 음을 만들겠다는.

그렇네요.



- 근데 이번은 뭔가 그런 레벨과는 다른 것 같다는 느낌.

좀 다르네요. 뭐랄까, 다들, 예를 들면 유코 씨가 한류를 좋아한다든지 그런 것도 있고요. 그건 마치 뭔가 낚싯줄을 늘어뜨리는 것 같지만(웃음). 와서 느낀 게, 식사에 관한 스트레스도 없으니까, 그건 좋다는 느낌이라든지.



- 그렇네, 그러니까 식사 문제라든지, 유코 씨가 한류를 좋아한다든지, 이웃 나라인데도 좋은 전압을 쓸 수 있다든지. 매우 그 터프한 느낌이 들어, 그 동기가. 주부 같은 매우 현실적인 터프함. 어딘지 모르게라면 콘셉트가 필요한 키시다 군이지만, 이번에는 특히.

콘셉트를 세운다는 건, 저도 서투르고, 그런 서투른 현장이라서.



(중략)



- 이번에 한국에서 레코딩 하고 있다는 게 작품의 내용 자체에 뭔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있나?

여기 와서 쓴 가사나 만든 곡도 있으니까, 어떤 영향은 받았을지도 모르죠. 이곳과는 연인이라기보다는 같은 반 친구가 된 정도의 거리감으로 도전해보고 있어요. 빈은 좀더 연인이 되고싶었던 느낌이랄까. 여기는 뭔가 좀더 담담한 기분이고, 우리가 데뷔했던 즈음 도쿄의 15년 전 모습이 플래시백되기도 해요. 홍대 같은 곳을 걷고 있으면, 그 당시 빅터 엔터테인먼트가 있던 하라주쿠 주변이 생각나기도 하고 사람들과 만나도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고요. 뭔가 에너지를 느끼는데, 그 에너지는 우리의 음악에는 매우 필요한 것이죠.




Posted by aros
이야기2013. 3. 17. 20:35



이건 내가 작년 8월에 해놓았던 것을 조금 다듬어서 올리는 것이다.

사실 크게 바뀐 건 없는데, 그때 어려웠던 부분은 지금도 변함없이 어려워서 좀 절망했다. 그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왜 지금도 어렵단 말이더냐. ㅠ ㅠ

아무튼 그 당시에는 인터뷰를 읽으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옮겼던 것이고. 인터뷰 뒤에는 키시다 님이 쓴 《왈츠를 추어라 ワルツを踊れ》의 제작과정 노트가 있는데 나중에는 그걸 옮겨보고 싶다.


<로킹 온 재팬> 20077월호 인터뷰(pp. 55-57)에서. 인터뷰어는 야마사키 요이치로(山崎洋一郞).
의역을 한 부분이 있으며,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쿠루리, 신작 《왈츠를 추어라》, 완성!!



* * *

- 정말 예상할 수 없네요. <주빌리Jubilee> 같은 멜로디가 팝 씬에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까라는 의문인 거죠.

그래도 저는 멜로디가 단어라고 생각하니까요. 지금은 일반적으로 단어는 언어이죠. 컴퓨터의 세계에서는 숫자가 언어이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같은 문과 계통의 사람에게는 단어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멜로디만으로 사람은 울기도 하지 않나요. 그건 아마도 음악이 좀 더 위대했던 시대의 흔적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물질주의 문화가 아니라, 음악이 오락이 아니고 조금 커다란 것이었던. ……음, 이번에도 생각했던 것은, 역시 클래식에 접했어요. 그래서 현악 연주를 넣었습니다. 물론 그런 영향도 있었어요. 역시 옛날의, 그야말로 18세기와 그즈음의 시대……빈에 가면 그 전통을 필사적으로 계속해나가서 무엇인가 형태를 고정시킨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 있으니까요. 음악이 오락이 아니고, 여러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시대의 것을요. 그래서 저는 아마도, 그 시대에 가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락을 목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 뮤지션이 된 것도 아니에요. 사실은 역시……일률적으로 팝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무거운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요(웃음). 제가 음악을 어린 시절에 좋아하게 되어서, 스스로 머릿속에서 만들어내거나 했던 욕구라든지 그런 것은……현상(現象)으로써의 팝 뮤직의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어쩐지 알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아직 팝 뮤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점점 가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합니다.


 - 하지만 팝 뮤직은 오락인 동시에 그런 힘을 가진 표현이기도 하지 않나요?

요소는 그렇지요. 하지만 그것이 음악이 아닌 비음악적인 요소로써, 역할이 바뀌어버리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저는 “음악을 위한 세계가 아닌 세계구나”라고, 음악을 만들어가며 자주 생각하고 있어요.


- 그래도 그건 팝 뮤직을 만드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는 바꿀 수 없죠.

그것에 관해서 저는 타력본원(他力本願)으로써, 사회가 바뀌었으면 한다고(웃음) 생각하고요. 또는 제가 하지 않고 리스너들이라든지 그런 사람들이 바뀌었으면 하고 생각해요. 저는 역시 뮤지션이니까,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전략을 세우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음악을 만들고 싶네요.


- 지금의 록/팝 씬에서 느끼는 의문이나 불만은 이 앨범의 내용에 큰 영향을 주었나요?

음, 여러 가지 있는데요. 일단 <로킹 온 재팬>에도 실리고, 우리들을 록 밴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써, 방향을 알 수 없이 길을 달리 드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도 역시 록은 새로운 것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들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새롭게 만들었다는 실감은 조금 있어요. 그것은 자유로운 멜로디입니다. 역시, 최근의 일본의……일본뿐만 아니라 영국의 록, 팝을 듣고 있으면 멜로디가 아주 부자유스럽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좋은 멜로디를 쓰는 사람도, 부자유스러운 멜로디를 쓰게 된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멜로디라니!”라거나, “정말 정체된 기분이 드네, 이 멜로디”라든지, 그런 것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그런 멜로디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게다가 자유로운 것. 자유로운 멜로디를 쓰려면 여러 가지 세세한 것들을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것은 인터뷰의 초반에도 말했던 악보의 이야기 같은 것이 모두 그런 이야기예요. <아나키 인 더 무지크Anarchy in the Musik>는 실제로는 다른 가사가 있었어요. 그게 왜 바뀌었냐면, 조금……메시지가 너무 강해져서, 곡이 너무 장황해진 느낌이 있었어요.


- 어떤 가사였나요?

역 플랫폼을 보면 모두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죠. 휴대전화로 메일을 보내고 있어서 놀랐어요. 그리고 역의 전광게시판을 보면 몇 번 차량이 여성전용차입니다, 몇 번 차량은 약냉방차입니다 같은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요(웃음). 사람은 이렇게 로봇처럼 행동하는 중이랄까…… 예전에는 역에서 약속시간을 맞춰 사람을 기다리고 “몇 시 몇 분, 몇 번 개찰구에서 만나자” 같은 조금 로맨틱한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없으니까요. “아, 이제 역이야, 그런 거 아냐” 같은 식으로요. 그런 노래입니다. 저는 그게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요, 이 트랙과 맞추면 너무 하드코어해져서…… 왠지, 역시 젊은 사람들, 조금 점점 로봇화되어가는 듯한 사회라든지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제약이 사실은 많다고나 할까. 주5일제 근무가 되고, 이메일을 편리하게 쓸 수 있는데 일이 늘어나기만 하니까요. 여성이 치한을 만나지 않도록 여성전용차를 만든다거나, 강한 냉방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약냉방차를 만든다든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점자 블록을 만든다든지, 배려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뿐인데 뭔가, 그것은 꽤 그것대로 폐해를 낳고 있다고 할까요. 폐해를 낳으니까 좀더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들고. 결국 엄청나게 여러 가지 것들이 제약되고요. 좁아진다든지, 경직되는구나 같은.


- 응, 마비되고 있죠.

마비되고 있어요. 그 마비가 멜로디의 부자유를 낳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그건 특별히 음악에 직접적으로 담긴 메시지가 아니지만요. 어머니의 머리를 잘라 가방에 넣거나 하지 않도록 좀더 흙을 접한다든지, 사람과 사이좋게 지낸다든지, 그런 것이 가능해지게 한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합니다. 역시 이번 앨범은 꽤 다정하다고 생각해요. 아나키(anarchy)한 메시지도 분명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요. 분명 요즘의 일본의 대중음악이 어려운 와중에도 분발하려는 상황에서, 다른 관점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 이외의 사람이야 아무래도 괜찮지만……그래도 이 앨범을 듣고 멜로디를 매개로 해서 자유라거나, 에코(eco)라든지 혹은 초자연 같은 걸 느껴서 듣는 사람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상쾌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가치 있을까요. 그게 가장 기쁩니다.



* * *

1. 이 뒤에는 교토에서의 음악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당시에는 구상 중이었던 듯.
쿠루리는 역시 교토 밴드.

2007년부터 매해 9월에 쿠루리 주최의 ‘교토 음악박람회(http://www.kyotoonpaku.net/)’가 열리고 있다.

올해(2013년)는 922일이라는데... 나도 꼭 가보고 싶다. ㅠㅠ

그리고 올해부터는 또 무슨 WHOLE LOVE KYOTO라는 행사도 열린다고.


2. 인터뷰에서는 꽤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다른 때 보면 역시 개그 본능으로 충실하신 깜찍한(!) 분인 것 같다.
추어탕을 맛있게 먹고 한국에서 레코딩할 당시 주식 중의 하나가 참이슬이라고 하는 걸 보며 한국에서 25년 넘게 산 나보다 훨씬 더 나으신 분이구나..... 싶었다. 맛난 거 먹으러 또 오세요. ♡

3. 사실 나는 <아나키 인 더 무지크>에 관한 내용이 나와서 참 흥미로웠다. 내가 《왈츠를 추어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좋아하지만 남에게 들려주기 좀 쑥스럽거나 부끄러운 노래"라는 주제로 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노래를 들고 갈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스트링이 정말 멋지게 어우러진 트랙이기도 하고, 키시다 시게루의 저음의 목소리가 정말 멋지다. (좀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정말 섹시하고 심지어 퇴폐적이다. -_-;) 가사도 처음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했지만 하나하나 해석해보니 아주 재미있는데, 언어유희도 있고 음악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샤프, 내추럴, 플랫, 크로매틱(chromatic, 반음계의), 홀 톤(whole tone, 온음), お玉杓子(오타마쟈쿠시 : 국자, 올챙이 등의 뜻인데 “음표”를 가리키기도 함!ㅎㅎ) 등. 




Posted by aros
이야기2013. 1. 14. 23:15



2012년 가을에 간사이 여행에서 사왔던 잡지 중 <bridge> 2005년 가을호 대담의 일부를 옮겨보았다.

부족한 번역이라서 정말 쑥스럽지만 ...

작년 11월 말에 내 개인용 블로그에 올렸던 것인데(뭐 지금 이 블로그도 내 개인용 블로그이지만 -_-;) 여기로 옮긴다.

앞으로 쿠루리 관련 글은 대체로 이곳으로 옮겨올 예정~


두 사람에게 열네 가지 질문을 주고 답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

진행자는 시부야 요이치. 음악평론가이자 편집인으로, <Rockin' on>을 창간한 분. 로킹온 주식회사의 대표이며 아마 로킹온 출판사에서 나오는 모든 잡지의 발행인인 듯. 위키에서 프로필을 훑어보며 뭔가 존경심과 부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세 사람의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키시다 씨 1976년생, 히다카 씨 1968년생, 시부야 씨 1951년생)

친구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키시다 시게루의 혹독했던 알바 이야기, 밴드 콘테스트 우승 당시의 에피소드, 중학생 때는 꿈 같은 건 없었다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고, 지금 언급한 부분은 모두 옮겨보았지만 일단 일부만 올린다. 나중에 더 올릴까 하는데 그러려면 또 다시 검토를 해야 하니 과연 나의 귀차니즘을 이길 수 있을까?


7년 전의 이야기라서 아마 지금과는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읽으며 계속 느낀 건 히다카 토루가 정말 말이 많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 진짜 이 아저씨 때문에 계속 빵빵 터짐. ㅋ

키시다도 물론 재미있지만 어쩐지 이때는 더 까칠하게 느껴진다.

이거 읽고 나서 2011년 잡지 읽는데 어쩐지 키시다가 좀더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어서.


지나친 편리함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 불필요한 게 너무 많다는 이야기에 대해서 정말 공감.

"냉방을 하면 계절을 느낄 수 없다"는 히다카의 말도 아주 인상적이다.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어쩌면 이 두 사람은 더위를 별로 안 타는 편이라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아무튼 나는 적어도 에어컨은 필요 없다. 선풍기로 충분..)


읽으면서 어머, 키시다 시게루가 이렇게 로맨티스트였다니? 라고 생각하기도. ㅋ 지금은 어떨까 싶지만.

무엇보다 "사랑과 닮은 감정에 빠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라는 키시다의 말에 굉장히 공감했다. 

뭐, 아무튼 무엇인가에 몰두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나 역시 그런 상태를 아주 좋아한다, 정말로.








* * *


― 그리고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키시다 씨의 답은 “사람이 퇴화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모든 것. 지나친 편리함은 불필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히다카 : 좋은 이야기네.

― 그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히다카 : 휴대전화 같은 것이겠죠?

키시다 : 휴대전화라든지……냉방이라든지.

히다카 : 나도 냉방 안 해요. 냉방 싫어.

키시다 : 저도 싫어해요.

히다카 : 그쵸? 계절을 느낄 수 없고.

키시다 : 정말, 정말 그래요.

히다카 : 원룸에 냉방기가 들어와 있는 풍경, 뭔가 기분이 우울해진다구.

키시다 : 예를 들면 “아, 시원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순간뿐이에요. 그 한순간만 좋은 것 같아요. 역시 그런 걸 원하는 건, 사람이니까 욕구가 이것저것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계속되면 마비되는 거죠. 그거에 덧붙이고 계속 덧붙여가다보면 우리 쪽에 안 좋은 거니까. 별로 그런 건 필요 없지 않을까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히다카 : 히피니까.

키시다 : 네. 거의 아무것도 필요 없이.

히다카 :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니까.

키시다 : 예를 들면 혼자서 노는 일이라든지 아주 자신 있어요, 저.

히다카 : 야한 의미로는 아니겠지.

키시다 : 음…….

히다카 : 그것도 포함해서?(웃음)

키시다 : 야한 것 같은 것도 포함해서,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왜 이런 게 필요할까 싶은 게 너무 많아요. 특히 도쿄에는 너무 많아요. 도쿄를 파괴하고 싶어.

히다카 : 고질라다(웃음).

키 시다 : 고질라예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내 방에서 손잡이 같은 게 망가지기도 하잖아요? 고치지 않아도 조금만 애쓰면 열리기도 하죠. “조금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뿐야”라는 이야기가 되는 건데요. 직접 개발한 편리함은 좋아해요. 남이 개발해서 강요당한 편리함은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죠.

(중략)

― “음악 이외의 것에 자신을 바친 시절이 있습니까? 있다면 그게 무엇이었는지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 키시다 씨의 답은 멋지게도, “사랑”이라고.

키시다 : 그 정도죠.

히다카 : 아까랑 이야기가 다르잖아. 혼자 노는 게 자신 있다고 말했는데(웃음).

키시다 : (웃음) 사랑은 해요.

― 사랑에 대해서는 많이 에너지를 썼나요?

키시다 : 네, 전부 쓰죠.

― 멋지네. 그건 여자가 아주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키시다 : (웃음)

히다카 : 별로야, 난(웃음).

키시다 : 뭔가 제가 노래를 쓰는 계기 같은 것과 닮아 있으니까. 그런 기분이 연결되는 유일한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히다카 : 그렇군.

키시다 : 그건 제 경우의 편리함입니다.

히다카 : 좋은 사랑을 해서 좋은 노래를 쓴다는 발상 아냐?

키시다 : 아아…….

― 여성 가수들은 그런 경향이 있지만요.

키시다 : 모르겠어요. 뭐랄까? 그치만 사랑이라든지, 사랑과 닮은 감정에 빠지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히다카 : 철도도?

키시다 : 철도는, 뭔가 좀더…….

히다카 : 좀더 메카닉한 것일까.

키시다 : 응, 조금 남자아이스러운.

히다카 : <스타워즈>적인 것이네.

키시다 :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왓 하고 몰두하게 되는 이외의 것은 전혀 필요 없어요. 전혀 흥미가 없고. 뭔가 저 굉장히 효율적인 인간일지도 모르죠, 오히려.

― (웃음) 그럴지도.

키시다 : 몰라도 될 듯한 것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니까. 그런 게 아마도 사회에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히다카 : 세금 내는 방법 같은 것도.

키시다 : 세금에 관한 것도 전혀 모르고요. 연예인 이름이라든지 하나도 모르니까요. 음악에 대해서도 아주 좋아하는 건 역시 열중하지만, 그렇지 않은 건 듣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렇네요. 사랑, 사랑입니다.

히다카 : (웃음).

키시다 : 시부야 씨의 눈을 보면서, “사랑입니다”라고(웃음).

히다카 : 하하하하!

키시다 : 말하면 어떨까?(웃음)

히다카 : 조금 게이스럽네(웃음).

― 예를 들면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아주 빠져버리는 타입?

키시다 : 네. 아주 빠져버리지만요. 요즘에는 조금, 나이와 함께 그런 면이 둔감해져오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예를 들면 러브송은 여러 가지 있잖아요. 사람을 좋아하게 되기 시작한 순간의 노래라든지, 육체적 접촉을 하게 된 순간의 노래라든지. 그래서―.

히다카 : 끝나가는 때라든지.

키시다 : 그런 때라든지, 애쓰거나, 괴로워하는 것요. 무엇이든 역시 좋아해요. 뭐든지 역시 제 안에서는 음악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히다카 : 그렇군. 좋은 이야기네.

― 그건 역시, 사랑이라고 하는 안타까운 감정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

키시다 : 아마 그렇겠죠.

― 얘기를 들어보면 당신의 경우에는, 그런 국면밖에는 인생의 리얼함이 없네.

키시다 : 없어요. 전혀 없어요. 그렇습니다.

히다카 :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가 가장 리얼한 것이니까, 분명.

― 음악과 사랑 외에는 리얼함이 없는 것.

키시다 : 그렇네요.

― 또한 음악과 사랑이 어떤 의미에서는 일체화되고 있네요.

키시다 : 응, 허무함 없는, 기대 없는 인생이니까(웃음). 그래도 예를 들면, 물론 사랑 같은 것 이외에도 기대의 요소는 있지 않습니까. 파친코에서 돈을 딴다든지.

― 맛있는 걸 먹는다든지.

키시다 : 아, 맛있는 걸 먹는다는 거, 그건 굉장히 저, 중요할지도 몰라요. 몰두합니다, 사랑과 같을 정도로.



Posted by aros
이야기2012. 12. 9. 17:42



<파피루스Papyrus> 201210월호 기사의 일부를 옮긴 것.

소제목은 내가 따로 붙였다.

모두 번역하긴 했는데 주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올림. :)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앨범의 제목, 《坩堝の電圧(るつぼのぼるつ; 루쓰보노보루쓰; 도가니의 전압)》

(…) 제가 제목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에 보인 것은, 생명의 존엄이라든지, 사람들의 유대라든지, 재해 이후에 자주 말해지는 듯한 그런 단어 속에 있는 “지역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곳에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통칭이 있다는 것. 재해가 일어났기 때문에 처음으로 “리쿠젠타카다 시(陸前高田市)”라는 이름을 알게 된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그 지역의 사람이 아니면, 동네 이름을 모르죠. 특히 최근에 병합된 시정촌(市町村 : 한국의 시, 읍, 면에 해당하는 일본의 행정구역/역주)은 이름이 많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everybody feels the same>이라는 노래의 후반에 세계의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를 나열해가는 가사가 있습니다만, 전국 투어를 할 때에 라이브를 하는 곳의 이름으로 바꾸어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지도를 인쇄해서 꼼꼼히 보면, 모르는 이름뿐이었네요. 시정촌을 병합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지역성이 파괴된 장소가 있고, 분리된 국민이 있다는 것이죠. 그것이 재해에 노출되었고, 저에게는 그것이 방치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것을 상징하는 키워드로서 “도가니[坩堝]”라는 단어가 우선 떠올랐어요. 네 번째 곡인 <taurus>라는 곡에 있는 “애정의 도가니가 되네/초원을 빠져나가라/황소처럼”이라는 가사에서 따왔습니다. (…)
 지금은 여러 가지 것들을 도가니에 비유하여 말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지역성의 이야기도 그렇고요, 사람의 마음속도 마찬가지로 도가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은, 좀처럼 잘 되어가지 않네요. 원자로도, 냉각 배관이 조금 부서진 것만으로도 문제가 일어나고 말아요. 어딘가 한곳으로부터 증기가 새어나온 것만으로도 못쓰게 되는 거예요. 그것은 사람의 신체, 마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미지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중에, 문득 “るつぼのぼるつ”라는 단어가 돌연 떠올랐어요. 우선, 그 울림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꾸로 읽어도 같을 듯한데 실은 그렇지 않다는(웃음).


도쿄를 떠난 뒤의 의식의 변화

(…) 앨범의 마지막 곡인 <glory days>의 노랫말에 신칸센을 타고 그때까지 살던 거리를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시점에서 노래의 주인공은 자신에 취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잃어버린 것의 큰 의미와, 미담(美談)이 아닌 이야기가 많이 생겨나요. 정착할 곳이 없는 채로, 그 사람은 그저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glory days>는 그런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집시스러운 것이 아니라 고향을 잃은 감각에 가까워요.
 피해 지역에는 집에서 쫓겨난 사람이 있지요. 주위보다 약간 높은 평지에 주거를 이전하려고 해도, 좀처럼 계획이 정리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어요. 잘 생각해보면 재해로 그런 일이 처음 일어난 것은 아니에요. 살아온 장소에서 쫓겨나고, 그때까지 살아온 장소가 없어졌다고 하는 일은 과거에도 많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것에 대한 의식이 저에게는 희박했어요. 저는 교토에 고향집이 있고, 마음이 안정되고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방금 말한 ‘나는 어디 사람인 거지?’라는 감각이 해소된 것은 아니에요.
 살아온 장소에서 쫓겨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저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요. 피해를 입은 사람뿐만 아니라 방사능과도 관계없이, 어쩌면 지금부터의 일본에는 점점 그런 사람이 늘어갈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들의 기분은 무엇에 의지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냉정한 의미로 쓴 "추억"

(…)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잔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그것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고 싶어요. 지금까지 우리들이 눈을 돌리지 않고 관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라는 것은, 음악업계의 불황으로 CD의 판매량이 줄고 있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고 확실히 시대가 변하려 하고 있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보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로는 향할 수 없어요. 저는 그것에 꿈을 맡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쓸어버리는 강함과, 그럼에도 이상을 좇아 나아가기 위한 지표가 되는 듯한 것을 발견한다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앨범에는 “추억”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지만, 그것을 노스탤지어로서 쓰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나아가라”라는 단어도, 미담처럼 쓰고 있지 않아요. 무작정 나아가는 때의, 한걸음 나아갔다고 하는 물리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선으로 잇는 때에, 분명 새로운 것이 일어난다

(…) 지금의 시대는 여러 가지가 획일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직 획일화되지 않은 것을 점으로 붙잡아서 그것들을 하나의 선으로 이었을 때, 무엇인가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거나 한다면 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선으로 잇는 때에, 분명 새로운 것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것과 닮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소의 일상에 굴러다니고 있는 듯한 쓰레기 같은 일이라든지, 여러 감정 중의 하나라든지, 뭐라도 괜찮으니까, 작은 사물과 사건을 “바로 지금의 시대이기 때문에, 이것은 자극적인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 앨범에는, 오히려 시시한 듯한 노래도 들어 있습니다. 5년 전에는 그저 시시하기만 한 것이었을지도 몰라도, 지금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 많았습니다. (…)


밴드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 말하자면 저와 사토 군이 나선 같은 계단의 위를 향해서 걷고 있고, 그 멀리 아래의 같은 좌표에 두 사람이 있어요. 그들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신선한 놀라움을 느끼는 일이 여러모로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잊고 있던 첫 취재 때의 기분이라든지, 두 사람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낸다든지요. 그것으로부터 노스탤지어가 아닌 현실적인 사고방식이 생겨나기도 해요. 어쨌든 많은 일들이 재미있습니다.
이전에는 사토 군과 친구끼리 두 사람이서 하고 있다는 감각으로, 밴드로서는 미묘한 상태인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것이라면 역시 고조되지 않네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평소의 감각이 있어요. 평화로운 대신에 사건은 일어나기 어려운. 하지만, 사람이 늘어나고 학급처럼 되면, 작은 인종의 도가니 같은 것이 완성되죠. 그것이 역시 자극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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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를 읽을 당시는 아직 쿠루리의 열 번째 앨범이 발매되기 이전이라서, HMV에 예약을 걸어두고 그날만 꼬박 기다리고 있던 때였다. 아직 노래를 다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특설 사이트 등에서 몇 곡은 미리 들어보았으니까 ^^;), 이 인터뷰를 읽으며 든 생각은 이번 앨범은 분명 뜨겁고 상냥한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얼마 뒤에 정말 그렇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키시다 시게루는 자신이 발을 딛고 사는 곳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많은 애정을 품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모습들에 많이 감동을 받기도 했다. 밴드로 음악을 한다는 게 행복하다는 말도 인상적이고... 앞으로도 멤버들과 함께 오래오래 음악을 해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원문에는 사투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데, 편집 과정에서 많이 정리한 것일까 궁금하기도.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