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013. 1. 14. 23:15



2012년 가을에 간사이 여행에서 사왔던 잡지 중 <bridge> 2005년 가을호 대담의 일부를 옮겨보았다.

부족한 번역이라서 정말 쑥스럽지만 ...

작년 11월 말에 내 개인용 블로그에 올렸던 것인데(뭐 지금 이 블로그도 내 개인용 블로그이지만 -_-;) 여기로 옮긴다.

앞으로 쿠루리 관련 글은 대체로 이곳으로 옮겨올 예정~


두 사람에게 열네 가지 질문을 주고 답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

진행자는 시부야 요이치. 음악평론가이자 편집인으로, <Rockin' on>을 창간한 분. 로킹온 주식회사의 대표이며 아마 로킹온 출판사에서 나오는 모든 잡지의 발행인인 듯. 위키에서 프로필을 훑어보며 뭔가 존경심과 부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세 사람의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키시다 씨 1976년생, 히다카 씨 1968년생, 시부야 씨 1951년생)

친구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키시다 시게루의 혹독했던 알바 이야기, 밴드 콘테스트 우승 당시의 에피소드, 중학생 때는 꿈 같은 건 없었다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고, 지금 언급한 부분은 모두 옮겨보았지만 일단 일부만 올린다. 나중에 더 올릴까 하는데 그러려면 또 다시 검토를 해야 하니 과연 나의 귀차니즘을 이길 수 있을까?


7년 전의 이야기라서 아마 지금과는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읽으며 계속 느낀 건 히다카 토루가 정말 말이 많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 진짜 이 아저씨 때문에 계속 빵빵 터짐. ㅋ

키시다도 물론 재미있지만 어쩐지 이때는 더 까칠하게 느껴진다.

이거 읽고 나서 2011년 잡지 읽는데 어쩐지 키시다가 좀더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어서.


지나친 편리함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 불필요한 게 너무 많다는 이야기에 대해서 정말 공감.

"냉방을 하면 계절을 느낄 수 없다"는 히다카의 말도 아주 인상적이다.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어쩌면 이 두 사람은 더위를 별로 안 타는 편이라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아무튼 나는 적어도 에어컨은 필요 없다. 선풍기로 충분..)


읽으면서 어머, 키시다 시게루가 이렇게 로맨티스트였다니? 라고 생각하기도. ㅋ 지금은 어떨까 싶지만.

무엇보다 "사랑과 닮은 감정에 빠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라는 키시다의 말에 굉장히 공감했다. 

뭐, 아무튼 무엇인가에 몰두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나 역시 그런 상태를 아주 좋아한다, 정말로.








* * *


― 그리고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키시다 씨의 답은 “사람이 퇴화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모든 것. 지나친 편리함은 불필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히다카 : 좋은 이야기네.

― 그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히다카 : 휴대전화 같은 것이겠죠?

키시다 : 휴대전화라든지……냉방이라든지.

히다카 : 나도 냉방 안 해요. 냉방 싫어.

키시다 : 저도 싫어해요.

히다카 : 그쵸? 계절을 느낄 수 없고.

키시다 : 정말, 정말 그래요.

히다카 : 원룸에 냉방기가 들어와 있는 풍경, 뭔가 기분이 우울해진다구.

키시다 : 예를 들면 “아, 시원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순간뿐이에요. 그 한순간만 좋은 것 같아요. 역시 그런 걸 원하는 건, 사람이니까 욕구가 이것저것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계속되면 마비되는 거죠. 그거에 덧붙이고 계속 덧붙여가다보면 우리 쪽에 안 좋은 거니까. 별로 그런 건 필요 없지 않을까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히다카 : 히피니까.

키시다 : 네. 거의 아무것도 필요 없이.

히다카 :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니까.

키시다 : 예를 들면 혼자서 노는 일이라든지 아주 자신 있어요, 저.

히다카 : 야한 의미로는 아니겠지.

키시다 : 음…….

히다카 : 그것도 포함해서?(웃음)

키시다 : 야한 것 같은 것도 포함해서,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왜 이런 게 필요할까 싶은 게 너무 많아요. 특히 도쿄에는 너무 많아요. 도쿄를 파괴하고 싶어.

히다카 : 고질라다(웃음).

키 시다 : 고질라예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내 방에서 손잡이 같은 게 망가지기도 하잖아요? 고치지 않아도 조금만 애쓰면 열리기도 하죠. “조금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뿐야”라는 이야기가 되는 건데요. 직접 개발한 편리함은 좋아해요. 남이 개발해서 강요당한 편리함은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죠.

(중략)

― “음악 이외의 것에 자신을 바친 시절이 있습니까? 있다면 그게 무엇이었는지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 키시다 씨의 답은 멋지게도, “사랑”이라고.

키시다 : 그 정도죠.

히다카 : 아까랑 이야기가 다르잖아. 혼자 노는 게 자신 있다고 말했는데(웃음).

키시다 : (웃음) 사랑은 해요.

― 사랑에 대해서는 많이 에너지를 썼나요?

키시다 : 네, 전부 쓰죠.

― 멋지네. 그건 여자가 아주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키시다 : (웃음)

히다카 : 별로야, 난(웃음).

키시다 : 뭔가 제가 노래를 쓰는 계기 같은 것과 닮아 있으니까. 그런 기분이 연결되는 유일한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히다카 : 그렇군.

키시다 : 그건 제 경우의 편리함입니다.

히다카 : 좋은 사랑을 해서 좋은 노래를 쓴다는 발상 아냐?

키시다 : 아아…….

― 여성 가수들은 그런 경향이 있지만요.

키시다 : 모르겠어요. 뭐랄까? 그치만 사랑이라든지, 사랑과 닮은 감정에 빠지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히다카 : 철도도?

키시다 : 철도는, 뭔가 좀더…….

히다카 : 좀더 메카닉한 것일까.

키시다 : 응, 조금 남자아이스러운.

히다카 : <스타워즈>적인 것이네.

키시다 :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왓 하고 몰두하게 되는 이외의 것은 전혀 필요 없어요. 전혀 흥미가 없고. 뭔가 저 굉장히 효율적인 인간일지도 모르죠, 오히려.

― (웃음) 그럴지도.

키시다 : 몰라도 될 듯한 것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니까. 그런 게 아마도 사회에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히다카 : 세금 내는 방법 같은 것도.

키시다 : 세금에 관한 것도 전혀 모르고요. 연예인 이름이라든지 하나도 모르니까요. 음악에 대해서도 아주 좋아하는 건 역시 열중하지만, 그렇지 않은 건 듣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렇네요. 사랑, 사랑입니다.

히다카 : (웃음).

키시다 : 시부야 씨의 눈을 보면서, “사랑입니다”라고(웃음).

히다카 : 하하하하!

키시다 : 말하면 어떨까?(웃음)

히다카 : 조금 게이스럽네(웃음).

― 예를 들면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아주 빠져버리는 타입?

키시다 : 네. 아주 빠져버리지만요. 요즘에는 조금, 나이와 함께 그런 면이 둔감해져오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예를 들면 러브송은 여러 가지 있잖아요. 사람을 좋아하게 되기 시작한 순간의 노래라든지, 육체적 접촉을 하게 된 순간의 노래라든지. 그래서―.

히다카 : 끝나가는 때라든지.

키시다 : 그런 때라든지, 애쓰거나, 괴로워하는 것요. 무엇이든 역시 좋아해요. 뭐든지 역시 제 안에서는 음악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히다카 : 그렇군. 좋은 이야기네.

― 그건 역시, 사랑이라고 하는 안타까운 감정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

키시다 : 아마 그렇겠죠.

― 얘기를 들어보면 당신의 경우에는, 그런 국면밖에는 인생의 리얼함이 없네.

키시다 : 없어요. 전혀 없어요. 그렇습니다.

히다카 :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가 가장 리얼한 것이니까, 분명.

― 음악과 사랑 외에는 리얼함이 없는 것.

키시다 : 그렇네요.

― 또한 음악과 사랑이 어떤 의미에서는 일체화되고 있네요.

키시다 : 응, 허무함 없는, 기대 없는 인생이니까(웃음). 그래도 예를 들면, 물론 사랑 같은 것 이외에도 기대의 요소는 있지 않습니까. 파친코에서 돈을 딴다든지.

― 맛있는 걸 먹는다든지.

키시다 : 아, 맛있는 걸 먹는다는 거, 그건 굉장히 저, 중요할지도 몰라요. 몰두합니다, 사랑과 같을 정도로.



Posted by a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