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013. 1. 21. 00:30




쿠루리 베스트 앨범의 첫 번째 CD를 들으며 했던 생각은, 아, 《TEAM ROCK》이라는 앨범을 사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에 두 번째 CD를 들으며 생각이 조금 바뀌어서 더 초기의 앨범부터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이 앨범을 들었다. 오사카 신사이바시 상점가의 북오프에서 산 CD인데, 사실 며칠 전 교토에서도 이 앨범을 구입했지만 사이드라벨이 없는 것이었다. 신사이바시에서 본 것은 사이드라벨이 있었기에, 조금 고민하다가 샀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처음에 샀던 그 CD가 그전 날 난바에서 샀던 것이라고 착각해서, 환불하러 가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중에 아니었구나, 하고 앗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때 산 게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깨달았다. 나중에 산 CD에는 사이드라벨뿐만 아니라 스티커, 가사 정오표 스티커, 쿠루리의 라이브를 휴대폰으로 중계한다는 휴대전화에 대한 내용과 선물 응모권이 있는 별지까지 잘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CD의 상태와 부클릿의 상태, 케이스의 상태까지 모두 훌륭하다. 이걸 판 사람이 왜 이 앨범을 팔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얼굴도 모르는 그분이 너무너무 고맙다고 생각했다.


위에 올린 사진은 이 앨범을 듣기 전부터도 알고 있던 사진인데, 정말, 정말 멋진 사진이다. :)


가사는 좀더 많이 듣고 난 뒤에 번역해볼 생각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잡지들 중에 이 앨범에 관한 내용이 언급된 부분도 앨범을 더 많이 들어본 뒤에 읽어볼 생각이다.


부클릿 마지막 부분에 있는 단상들을 읽는 일이 정말 즐거웠다. 그 당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단상들과 풍경들이 담겨 있어서, 나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그 풍경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도 평소에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 써두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침 예쁜 다이어리도 선물받았으니. :)



* * *


아게오시에서 벼락 치는 소리를 들었다 / 여름에 만난 친구들은 밝은 모습이었다 / Mac이 든든했다 / 교토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모두 도쿄에 왔다 / 베이스 한 대가 더 가지고 싶어졌다 / 스튜디오에 열쇠를 두고 와서 택시를 타고 가지러 갔다 / 센다이에서 잔뜩 취해서 레코드 회사 사람에게 도시바로 이적하겠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 좋아하는 밴드가 늘고 싫어하는 밴드도 늘었다 / 가나와의 노천탕에서 벌레소리를 들었다 / 뉴시네마 파라다이스를 보며 엉엉 울었다 / 월드컵 대표 다나카가 패널티킥에서 실축했다 / 작년 여름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다 / 저녁의 모래톱이 쓸쓸했다 / 후지산 기슭의 들판에서 아토 린지와 놀았다 / 오카자키 교코의 만화를 모두 가지고 있게 되었다 / 여름밤의 전기자전거는 기분 좋다 / 미토 낫토를 할머니께 드렸다 / 생명보험을 들고 말았다 / 콘트라베이스의 장점을 다시 보게 되었다 / 런던에 갔다 / 이사를 했다 / 처음으로 후지 록 페스티벌에 가지 못했다 / 아토 린지와 어울리는 청바지였다 / 스네어의 위치를 올려보았다 / 가끔 도쿄 억양으로 말할 때가 있다 / 요요기 체육관은 컸다 / 섬머소닉에서의 라이브는 감기에 걸린 탓에 최악이었다 / 신오쿠보에서 게이가 집적댔다 / 드래곤퀘스트 3를 클리어했다 / 간사이풍의 우동집에 자주 갔다 / 스튜디오로 향하는 롯폰기의 거리 모습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 나카무라 가즈요시 군과 네기마 냄비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약속했다 / 새 자전거를 샀다 / 꿈을 자주 꾸게 되었다 / 앰프 대여비는 비싸게 먹힌다 / 카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 샤카좀비의 멤버 츳치의 리믹스에 감격했다 / 결국 세타가야선은 전 차량 신형으로 / 롯폰기에도 안심되는 장소가 있다 / 아게오시에서 먹었던 자루 우동이 맛있었다 / 당분간 《판델리아》를 듣고 있지 않는다 / 엔도 겐지 씨와의 라이브는 자극적 / 부분과 전체의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왠지 가을에 몸무게가 불었다 / 이가 안 좋아서 치과에 다니고 있다 / 카레 우동에 어묵은 있다 / 하코네에서는 유황 냄새가 난다 / 야마나카코에서 조깅하고 후지산에 경배했다 / 히타치나카에서 해수욕을 했다 / 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라이브도 기분 좋다 / 텔레비전 노래 프로그램에는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 가슴털이 났다 / 매일 마시던 맥주에서 소주로 바꾸었다 / 이사하고 3일째 갑자기 바퀴벌레와 마주쳤다 / 노래방에서 B’z의 노래를 불렀다 / 운전면허를 따려다 따지 못했다 / 게이오선에 타고 있던 여자아이가 예쁘다 / 온천이 아닌 노천탕도 좋다 / 셋이서 <반더포겔>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 가을 투어는 이제까지의 투어 중 제일 즐거웠다 / 오른쪽 눈이 더 크다는 걸 알게 되었다 / 라이브가 좋아진다 / <반더포겔>의 뮤직비디오는 핸디캠으로 찍었다 / 홋카이도에서 첫눈을 봤다 / 간토 사철에서는 게이큐가 제일 좋다 / 이와키 시에서 오랜만에 하늘 가득한 별을 봤다 / 오키나와에 가보고 싶다 / <반더포겔>은 인기가 있다고 실감 / 이와키 시의 바다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 타로 씨가 만든 톤지루는 최고였다 / 겨울에는 머플러를 꼭 한다 / 우리들이 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재밌다 / J. 매시스를 만날 수 있어서 기대된다 / 검은색 수트를 입으면 마음이 확 다잡아진다 / 이와키 시에서 봤던 아침노을이 아름다웠다 / 아오야마 묘지에서 고양이한테 목캔디를 줬다 / 대형 오토바이에 탔을 때는 기뻤다 / 새로 산 신발이 너무 작다 / 레코딩하고 있는 옆에 레이싱걸이 있다 / 못 군은 살이 쪘지만 멋있어졌다 / 시골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 머플러를 바꿔서 행복했다 / 기름진 라멘 때문에 속이 망가졌다 / 하타야마가 복싱 2급 제패를 달성했다 / 내 사인을 누가 헐뜯었다 / 건널목에서 할머니를 도와드렸다 / 대학생보다 내가 더 젊은 것 같다 / 완성되어가는 곡 때문에 두근두근했다 / 사토의 집은 깨끗했다 / 리치 호틴은 최고다 / 의식과 무의식의 틈을 즐긴다 / 언더월드는 세 명인 게 좋다 / 시간이 없어서 철야를 계속했다 / SMAP이 좋아졌다 / 매일 마시던 소주를 데킬라로 바꿨다 / 냉장고는 의외로 가벼웠다 / 마리화나 그림이 그려진 라이터만은 잃어버리지 않아 / 역시 부자가 문화를 만들어가는 걸까 / 지금까지 먹었던 것 중 가장 맛있는 도시락을 먹었다 /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 다카야마 씨는 사실 아이가 둘인 애아빠였다 / 집에 서라운드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 톰 요크가 전 앨범을 칭찬해준 것 같다 / 앞마당의 서릿발의 감촉이 좋다 / 올해 첫눈은 홋카이도에서 봤다 / 앨범을 만드는 건 정말 힘든 것 같다 /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는 기백이 필요하다 / 잡지의 표지를 장식해서 기쁘다 / 댄스는 인간이 발명한 쾌락이다 / 이시하라 신타로는 싫지 않다 / 왠지는 모르겠지만 테크노에 푹 빠졌다 / 고양이 짝짓기하는 소리가 시끄럽다 / 나라는 세금을 유용하게 써라 / 오자와 겐지는 최고다 / 고베는 돗토리의 지진 후 대응을 보고 배워야만 한다 / 추워져서 연애를 하고 싶어졌지만 그만뒀다 / 서니데이서비스가 해산해서 아쉽습니다 / 완성된 앨범을 얼른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 어머니 생신에 장미꽃을 나이만큼 보내드렸다 / 뮤지션으로서는 어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사람을 배신했다 / 요쿠모쿠 과자점의 과자가 좋다 / 음악으로 울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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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놓고 보니까 진짜 길구나. -_-; 그래도 옮기면서 정말 즐거웠다.

"서니데이서비스가 해산해서 아쉽습니다"라는 말도 특히 인상적.


근데 이걸 해놓고 나니까 자꾸 엉뚱한 키워드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분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는데 생각해보면 낚이신(?)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




Posted by a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