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016. 7. 4. 15:36



ハンバート ハンバート、言葉はさんかく こころは四角


요즘 NHKニッポン戦後サブカルチャー史(일본 전후 서브컬쳐사)라는 책을 읽고 있다. 원래 NHK에서 방송을 한 뒤 나온 책인 모양인데, 방송에 비해서 책의 내용이 별로라는 평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읽고 있다. 새롭게 알게 된 뮤지션도 있고, 익숙한 이름이 나와서 반가우면서도 그들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서 흥미롭다. 여러 영화와 책, 신주쿠와 시부야의 옛 모습에 관한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책 속에는 다카다 와타루라는 뮤지션의 대표곡 중 하나로 <生活の柄>가 언급되어 있다. 이 곡을 험버트 험버트의 곡으로 알고 있었던 나는 놀라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 커버한 곡이었던 것이구나... 사노 유호의 보컬이 너무나 예뻐서 종종 듣곤 하는 곡이다. 아무튼 사실 이 이야기는 지금 올리는 곡하고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_-;; 오랜만에 험버트 험버트의 곡을 찾아 보다 그들이 쿠루리의 <言葉はさんかく こころは四角>를 커버한 곡을 들어보았다. 데모 버전이라서 조금 거친 감이 있지만 신선한 매력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좋은 노래는 어떻게 불러도 좋구나 싶기도 했다. :)



Posted by aros
이야기2014. 12. 3. 20:15



올해 교토음악박람회의 홈페이지에 '음악박람회를 즐기는 법' 6번째 방법으로 올라온 글의 일부를 번역한 것입니다. 

몇 달 전에 해놓았던 것인데, 다시 검토해서 올려야지 생각만 하고 계속 미루고 있었네요.

쿠루리의 음악이 '중성적'이라는 의견에 굉장히 공감하기도 하고, 재밌어보이는 글이라서 옮겨보았습니다.

예전에 <MUSICA>의 편집장이었던 시카노 아쓰시鹿野淳 씨의 글로, 원제는 くるりと女の子について입니다.

원문은 http://kyotoonpaku.net/2014/enjoy/vol6/ 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쿠루리는 정말 좋아하지만, 그와 동시에 매우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건 내가 외동아들에 남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학교 학생들에게 여자란 신과 같은 것으로서 어쩔 수 없이 애타게 좋아하는 존재이지만, 너무나 좋아하고 일상 속에 너무 없는 존재라서 막상 중요한 순간이 되면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크게 실수하거나 허탕을 치기 일쑤이다. 즉 너무나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냐면, 쿠루리는 어딘가 여자아이 같구나 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키시다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토의 외모는 보기에 따라 여성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더욱이 팡팡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잘 알지 못하고, 그녀는 매우 소녀처럼 보이기도 하니 부끄러워서 좀처럼 함께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있지만, 그런 이야기도 아니다.


쿠루리라는 음악이, 매우 여성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영어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즐겁게 서양의 록을 들으며 많은 이야기를 한 세대의 중심에 있었기에, 그 음악이 어떤 가사를 담고 있는지보다 우선은 음악 자체의 분위기를 중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쿠루리의 음악은 ‘냄새’나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마치 어쩐지 여성의 목덜미를 연상시키는 듯한, 비밀스럽고 육체적이며 게다가 부끄러운 느낌이 드는 것, 그것이 ‘나의 쿠루리’인 것이다. 데뷔 곡인 <도쿄>는 그야말로 그런 느낌의 극치이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기타카마쿠라의 역에서 자주 이야기했던 아름다운 목덜미를 한 여고생으로부터 오랜만에 편지를 받은 기분으로 ─ 그 곡 본래의 의미는 차치해두고 멋대로 ─ 들었던 적이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런 가사는 아니지만, 쿠루리의 음악은 그러한 일본적인 요염함을 발산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그 여성스러운 은밀한 부끄러움 같은 것이야말로, 쿠루리의 음악을 지금도 신선하게 들리게 할 뿐 아니라 그들을 줄곧 최전선에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쿠루리가 왜 이렇게까지 수명이 긴 밴드로 계속 활동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여러 가지 부분에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같은 시대에 음악 신을 수놓았던 밴드가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된 현재, 그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지 모른다.
물론 그들의 음악성이 높다는 점도 있고, 다양한 나라의 루츠 뮤직에 대응할 수 있는 음악의 본질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다는 부분도 있다. 앨범마다 테마가 아주 선명하고 강렬할 만큼 변화해왔고, 비슷한 음악을 반복해서 만들지 않는데도 ‘쿠루리 컬러’가 제대로 청자들에게 뿌리 내려 있다는 점도 그들의 큰 매력이다.


하지만 그것뿐 아니라 ‘쿠루리는 바로 중성적이기에 훌륭하다’고 본다.


앞서 언급했듯이 키시다가 만드는 음악과 멜로디는 아주 유연하고, 나는 그로부터 여성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 키시다의 음악에 대한 공격적인 자세는 매우 남성적이며, 그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기는 아주 어렵다. 사토의 베이스는 8비트를 연주할 때의 그루브감과 안정감을 볼 때도 뚜렷하게 매우 남성적인 터프한 것이지만, 그가 노이즈 매카트니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키시다와 오래도록 콤비를 이루어온 것을 보면 그 섬세함과 신중함 면에서 매우 여성적인 것을 느낀다. 이번 원고의 의뢰도 사토로부터 받았는데, 정말 정중하고 부드러운 것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성이야말로 쿠루리를 수명이 긴 밴드로 만드는 것이며, 팡팡을 비롯한 세대와 국적을 뛰어넘은 수많은 훌륭한 아티스트와의 만남과 이별을 만들어내는 부분이기도 하며, 음악적으로 절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닐까? 실제로 이 밴드의 팬은 다른 밴드와 비해 남녀의 비율이 상당히 균등하다. 억지스러운 의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처럼 쿠루리의 곡에서 여성관을 발견하고, 그것에 매력을 느끼는 남성 청자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부분을 포함해, 쿠루리의 중성성(中性性), 즉 키시다와 사토라는 남성 두 사람의 안에 있는 여성적인 부분은 이 밴드의 매우 큰 무기인 것이다. (이하 생략)




Posted by aros
이야기2014. 5. 16. 01:41



이 글에는, 잡지나 트위터 등을 읽으며 기억에 남았던 짧은 부분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조금씩 업데이트해가려구요. :)

아무래도 키시다 시게루 님의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다른 멤버의 글인 경우에만 이름을 표기하려 합니다.

시간이 빠른 순으로 정렬하며, 나중에 스크롤의 압박이 너무 심해지면 나누어 올리려 합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 2015 517일)



* * *


다나카 소이치로 : 당시, 그 <사요나라 리그렛さよならリグレット> 이후에 곡과 가사가 동시에 나오는 스타일이 된 것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해석했는지?
- 옛날에 저는, 확실히 가사가 먼저였어요. 곡을 먼저 만드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운도 잘 맞추지 못하고, 뭔가 글자가 남기도 하고, 그런 식이었죠. 그런데 한번은 소카베 씨에게 “소카베 씨는 곡과 가사 중에 어느 걸 먼저 만들어요?” 하고 물으니까 "그런 건, 반드시 두 가지가 함께 나오기 마련 아닌가" 라는 식으로 대답해서 ‘아, 그렇구나. 대단한데’라고 생각했어요. 꽤 예전 일이지만. 그래서 그때부터 완전히 곡을 먼저 만들게 되어서, 노력하게 되고. 그래도 동시에 쓰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솔직해진 거라고 생각해요. 거기에서 나오는 말에 거짓은 없으니까.

(<SNOOZER> 20098월)



- 사람들이 들어서 불쾌해지거나 기분이 나빠질 음악은 우리 나름대로 하지 않고 있어요. 뭐, 기분 나쁘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웃음). 어쩔 수 없이, 이런 얼굴에 이런 목소리를 가진 이런 사람들이니까.

(<MUSICA> 20108월)



- 예술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에 주목해서 그것을 줍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걸 업무로서, “나는 아티스트니까 이런 걸 만들어야 해” 같은 걸 먼저 생각해버리면 너무 먼 곳을 보게 된다거나, 관념적인 생각으로 무언가를 만들게 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죠.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결과도 많이 있고, 우리도 그런 식으로 해온 것도 있기는 한데, 이번 작품은 정통적인 예술의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www.cinra.net / 2010. 9. 13)



- 게다가 저, 중학교가 굉장히 연공서열이 심한 곳이었어요. '선배가 말하는 건 절대적이다' 같은 부분이 있었죠. 저는 두 사람보다 나이도 어리고, 여자고, 두 사람과는 절대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잖아요. 그렇기에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자격지심이 있다고나 할까. 물론, 한창 연주하고 있는 중에는 그런 건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요. 그런데 정말 최근에, 저번 음악박람회에서 처음으로 한순간 저 혼자만 산 정상으로부터 모두를 내려다보며 트럼펫을 불고 있는 듯한, 아주 상쾌한 연주가 가능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스스로도 '우와, 나 어떻게 된 거야?'라고 느꼈고요. 그런, 제 자신이 아직 알지 못하는 감각을 점점 더 끌어내서 그것을 보여가고 싶다고 지금은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은 되는 대로밖에 표현하고 있지 못하지만요.

(Fan Fan, <MUSICA> 201311월)



- 빛의 농담(濃淡), 번지는 피와 땀, 심장의 고동, 수평선, 탄산의 거품, 먼지의 냄새 등을 표현하고 싶기에 음악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트위터 @Kishida_Qrl, 20145 12일)



- <기적 奇跡>은 내게도 아주 소중한 곡.

(트위터 @Kishida_Qrl, 20147 4일)



- 제 경우는 영화음악을 만들 때는 ‘곡’을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가령 악곡에는 반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영화음악은 반드시 반복되지는 않고요. 장르로서도 우리 밴드가 보통 하고 있는 록 적인 것은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상에 맞춰서 자유롭게 음을 넣거나, 때로는 빼는 식으로 하고 있네요. 키와 템포도 배우 분들의 목소리의 톤과 말하는 빠르기에 의해 정해지는데, 에이타 군이 솔의 음을 많이 써서 말한다면, 거기에 ‘레’를 겹치느냐 ‘시’를 겹치느냐에 따라서 대사의 울림이 바뀌기 때문이죠.

(<BRUTUS> 201410월, http://xbrand.yahoo.co.jp/magazine/brutus/)



- 분명 우리보다 나중 세대의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게 되고, 우리가 한결같이 노력하는 부분 이외의 무언가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저마다의 세대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곡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을 남기는 작업이 가능했던 곡이라는 느낌이에요. 역시 호소노 (하루오미/역주) 씨 같은 고마운 분들이 만들어온 음악도 그렇고, 그것에 공감하여 하고 있는 우리의 음악이나 표현방법 같은 건 우리 세대가 제대로 계승해서 후대에 반드시 전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 것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었던 곡이었다고, 앨범의 흐름 안에서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사토 마사시, <MUSICA>, 201410월, <Remember Me>에 대한 이야기에서)



- 평소 자신이 만든 곡이 어떤 곡인지는, 어떤 경우라도 처음에는 잘 모르는 법입니다. 갓 태어난 내 자식이 대체 어떤 성격에, 어떤 직업을 가질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곡은 작곡하는 사람이 만들어내어 세상 사람들과 함께 자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일기 2015126일, https://note.mu/quruli/n/nf1b8922bfccb)



- <도쿄>나 <Liberty & Gravity>는 멜로디 및 구성과 함께 일필휘지로 가사를 썼다. 각각 10분, 2시간 만에 완성했다.

- 그래서일까? <도쿄> 같은 곡은 아주 자연스럽게 내 곁에 있는 오래된 친구나 가족 같은 곡. <Jubilee> 같은 곡은 애를 써서 동경하던 사람과 만난 듯한 느낌.

(트위터 @Kishida_Qrl, 20155 7일)




Posted by aros
이야기2014. 2. 3. 23:36




「思い出くるりん」、幻冬社、2008. 239pages.


이 책은 쿠루리의 오피셜 웹사이트에서 진행되었던 <思い出くるりん>이라는 기획에 팬들이 보내준 글 중 일부를 선정하여 만든 책이다. 물론 내가 그 당시에는 쿠루리를 몰랐고, 이 책의 존재도 작년 여름에서야 처음으로 알았다.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思い出くるりん>의 특설 페이지에 들어가보게 된 것. 이미 절판이 된 책이라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아마존에 올라와 있는 중고책의 목록을 보니 다행히도 해외 배송을 하는 판매자가 있어서 바로 주문했다. 그래서 배송료까지 포함해도 저렴하게, 아주 깨끗한 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 정말 정말 기뻤다. :)


읽다가 말다가 해서 작년 말쯤에야 다 읽었는데, 참 예쁜 책이다. 한 밴드의 음악들과 관련하여 이토록 다양한 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들이 있을 수 있구나, 새삼 감탄했다. 솔직히 말하면 책에 있는 멤버들 사진 보고 싶어서 구입했던 이유도 컸는데(근데 '멋있는' 사진보다는 '웃긴' 사진이 훨씬 많음; ㅋㅋ), 내용도 하나하나 사랑스럽다. 참고로 키시다 상과 사토 상이 쓴 글도 중간에 살짝 숨겨져 있다. (키시다가 쓴 글은 너무 웃겨서 많이 웃었다. ㅎㅎ)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정말 다양하다. 쿠루리의 라이브에 처음으로 갔던 날의 기억, 쿠루리를 알게 되어 좋아하게 되어가던 나날들, 쿠루리 덕분에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과 연인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쿠루리를 들려주고 태어나서도 쿠루리를 함께 듣는 가족의 이야기, 쿠루리 멤버들을 직접 가까이서 봤던 추억, 자신의 삶과 쿠루리의 노래가 겹쳐서 자신의 테마송이 되었던 이야기,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들었던 노래, 어느 날 갑자기 마음에 확 하고 와닿았던 노래, 자신에게 언제나 힘을 주는 노래와 그런 노래를 만들어준 쿠루리에게 고맙다는 이야기 등이었다. 연령대도 참 다양한데, 졸업을 앞둔 중학생 소녀가 소중한 모두에게 쓴 편지는 정말 귀여웠다. 회사에 잠깐 일하러 왔던 젊은 여성 덕분에 쿠루리를 알게 되어 팬이 되었다는 한 아저씨의 이야기도 있었고, 어머니가 음악을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쿠루리를 들으며 자랐다는 10대 소년도 있었고, 자신의 아들 역시 쿠루리를 좋아한다는 30대 아빠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쓴 글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단어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읽으면서 한편은 많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쿠루리를 늦게서야 알게 되었고, 일본에 살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추억들이 내게는 참 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도 쿠루리의 라이브에 한 번 가본 적은 있긴 하지만, 지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나보다는 쿠루리와 훨씬 더 가까울 일본의 팬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나 역시 쿠루리를 많이 좋아하고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자그마한 추억들을 나름대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쿠루리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애틋한 추억은 나 역시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참 행복했다. 그리고, 쿠루리에게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참 많았다. 나도 그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제 인생과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Posted by aros
이야기2013. 11. 22. 23:37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명확해져,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할 때
개인의 가치관과 세상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흑백의 기억에 “색”을 입혀주는 것.
(사토 마사시)

나이와 시대배경에 따라, 만나는 음악과 음악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달라지듯이
음악과 사람의 관계는 “여행”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시다 시게루)

인간이 만들어낸 것과 인간 스스로가 경쟁하고 있는 듯한 시대에
음악은 물질에 좌우되기 쉬운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자각시켜주는 수단.
(Fan Fan)




Posted by aros
이야기2013. 6. 18. 00:31



(20141029일 수정)


설령 누구의 손에 의한 것이든, 이 글 같은 불순한 부속물이 시디 안에 뒤섞여 있다는 것은 현명한 쿠루리의 리스너에게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글은 그대로 무참히도 꾸깃꾸깃 뭉쳐져 쓰레기통으로 휙 던져질 만한 운명에 있다. 잘 만하면 이 종이도 지금 유행하는 리사이클에 편승하여, 재생지가 되는 것이 세상을 위한 일일 것이다. 다만 무엇이 정말로 세상을 위한 것인지, 명확히 시원스럽게 즉답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단순하지는 않지만.


바이런*은 <돈 주안Don Juan>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기술(記述)하지 않는다. 즉, 내가 기술을 피할 수 있다면, 나는 사고하지 않는다. 즉, 내가 사고를 접근시키지 않아두는 것이 가능하다면”이라고. 이것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쿠루리 자신의 내면도 알아맞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이 어떤 운명에 다다를 것이라고 나는 써야 한다. 바라건대, 잘못 출발한 버스가 기적적으로 도착점에 연결되듯이.


주지하듯이 본작 《THE WORLD IS MINE》은 쿠루리의 통산 4번째 앨범이다. 밴드가 결성된 지 6년째에 발매된 새 앨범이다. 그렇다, 그들은 아직 20대 중반의 젊은 층에 속하는 나이이지만 밴드는 이제 6년째를 맞이했다. 쿠루리가 결성된 1996년은 하시모토 내각이 성립된 해이고, 이 해에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보급되었으며, 루즈삭스를 신은 소녀들[コギャル]이 거리에 넘쳐났다. 다음 해에는 사카키바라(酒鬼薔薇) 사건이 일어났고, 소비세가 5퍼센트로 인상되었다. 그들이 최초의 싱글 <東京>를 릴리스한 1998년에는 오부치 내각 성립에 실업률 4퍼센트 초과, 엔저, 이라크 공중폭격, 그리고 그들이 첫 앨범 《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를 릴리스한 1999년은 도카이무라 JCO 임계 사고에 국기국가법(國基國家法), 도청법 등의 조직적 범죄대책법, 실업률은…… 아니, 이제 그만두자. 어쨌든 저녁 시간에 텔레비전을 틀면 가만히 있어도 차갑고 어두운 바람이 막 지어진 밥을 식게 할 듯한 시대에 쿠루리는, 그렇다, 이렇게 어떻게도 형용하기 어려운 록 밴드는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평일 낮에 세타가야 선의 플랫폼에 걸터앉아 있던 소년처럼.


쿠루리의 음악적 전개는 주위의 예상을 완전히 비웃듯이, 어떤 의미에서는 변덕스럽게, 멋대로, 하지만 신념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었다. 쿠루리의 멤버는 기본적으로 클래식이든 민속음악이든 펑크든 일렉트로니카든 힙합이든, 그것이 어떤 장르의 것이든 좋아하여 즐길 수 있다는 특기를 가지고 있다. 쿠루리의 음악을 듣고서 그들이 제임스 브라운이나 무디맨의 팬이라는 것을 끌어내는 것 같은 일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불가리아의 음악을 애청하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당치도 않다. 망상에 관해서는 남다르게 뛰어난 다나카 소이치로*라도 무리일 것이다. 어쨌든 쿠루리에게는 어쩐지 록에 아주 질려하면서도 록을 열심히 추구한다는 모순적인 이면성이 있지만 그들의 너그러운 잡식성은 그런 모순을 감싸버리기에 충분하다. 《TEAM ROCK》은 그들의 그런 과감한 태도가 결실을 맺은 작품이다. 클럽 뮤직적인 수법과 포스트 록적인 수법 등을, 빌린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것으로 한 앨범이다. 안정된 것을 거부하는 듯이, 이 밴드는 왕성한 호기심으로 여러 가지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계절이 바뀌는 지점이다. 1990년대적인 팝의 신화가 풍속화되어가는 때이다. 넓은 의미의 레이브 컬처의 공동체가 점차 해체되어, 사람은 지금 다시 개인으로 향하려하고 있는 때이다. 깊은 밤 술집의 카운터에서 주고받아질 듯한 알기 쉬운 성실함과 정직함과 사랑이, 광고탑처럼 구가(謳歌)되기 시작하고 있다. 혹은 난폭하게 말하자면, 반쯤 자포자기하여 이 세상을 부정하는 시절이 되고 있다. 혹은 정말로, 팝이 그런 싸구려 같은 개인적인 심정의 고백으로 영락하는 듯하다면, 그것은 표현으로서의 팝의 죽음과 다름없다. 간단히 개인에 회귀해버려서 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실체 없는 공동체에 미련이 남은 듯이 의거하고 있으면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역사적 현재를 설명하시오”라고 재촉당해도, 이론정연하게 답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는 않지만.


음악적으로도 가사에 관해서도, 쿠루리의 《TEAM ROCK》으로부터 본작 《THE WORLD IS MINE》에 걸쳐서 특히 현저해진, 반쯤 자조적이고 툭하면 무책임하며 위험한 센스는, 결정적인 팝의 신화가 한물 간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상상력의 선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쿠루리는 타자를 내치고 있는 듯하지만 분명히 호소하고 있으며, 헤메고 있는 듯하면서도 헤매고 있다는 것을 즐기고 있는 듯도 보인다. 단지 사람 좋은 정직한 이에게는 익숙해지지 않을 역설적인 성실함이 있고, 또한 무엇보다도 이 밴드에게는 유희의 요소가 있다. 자칫 진지함에 향하고 싶어 하는 이 시대 팝의 물결에서, 그들은 미소를 잃지 않고 싶어 하는 것이다. 큰 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하여 신중히 거리를 가늠하면서도, 그들은 아직 우리가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어”라고 노래하고 있다. 쿠루리는 일관되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야말로 우리의 소재로서 어떤 멋진 무브먼트보다도 빛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그렇게 들린다.


이 이상의 것을 쓰는 것은 이제 그만두자. 저 그릴 마커스*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뛰어난 예술은 언제나 위험하며, 언제나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다. 일단 그것을 세상 속에 내놓으면, 억제는 통하지 않는다. 사람은 온갖 방법으로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 적용시킨다”라고. 쿠루리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리라. 이 노래들을 어떻게 받아들여도 상관없다, 당신들의 인생에 적용시켜달라, 사랑하는 연인과, 사이좋은 친구들과, 또는 혼자서 들어도 상관없다, 언뜻 우습고 넌센스라고 생각할 수 있을 듯한 곡조차도 우리는 힘껏 상상력을 구사하여 만들었다, 라고.



─ 노다 쓰토무 野田 努 20022 20



* 바이런 George Gordon Byron
18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보통 사람과는 남다른 정열의 소유자로서 알려진 기세등등한 낭만주의의 영국 시인. 인용 출전은 그의 대표작이며 미완의 장편시로 알려진 <돈 주안>이지만, 사실 필자가 경애하며, 쿠루리의 사람을 깔보는 듯한 시치미 떼는 센스와 어쩐지 공통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영국의 현대 작가 윌 셀프의 소설 <수탉과 황소Cock and Bull>(와타나베 사치에 옮김)의 첫머리로부터 재인용.

* 다나카 소이치로 田中宗一朗
모두들 알고 계실 <snoozer>의 편집장. 애칭은 타나소우. 말할 필요도 없이 쿠루리의 광신적인, 감당할 수 없는 팬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글 속의 말투는 물론 찬사이다. 필자는 그와 같은 나이이며, 그의 애독자이기도 하고, 또한 서로 바지를 바꿔 입는 사이이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상관없지만.

* 그릴 마커스 Greil Marcus
필자가 아주 많은 영향을 받은 미국의 음악평론가. 전성기는 1970년대이지만. 대략적으로 팝 평론에는 미국형과 영국형이 있다고 본다. 미국형은 사회배경과 음악을 관련짓는 방법, 영국형은 팬과 같은 시선으로 대상물을 접하려 하는 방법이 아닐까라고. 그리고 마커스는 바로 사회와 관련지으면서 팝을 이야기하는 그 선구자라고. 인용부는 그의 대표작이며 록 평론의 고전이기도 한 《미스터리 트레인Mystery Train》(미쓰이 도루 옮김)으로부터.






Posted by aros
이야기2013. 3. 25. 00:17



쿠루리가 한국에 와서 레코딩할 당시의 기사이다.
야마사키 요이치로 편집장님이 한국에 와서 인터뷰했던 모양.

그동안은 번역하면서 야마사키 씨의 말도 존댓말로 옮겼는데 이번에는 그냥 좀 편하게 말한다는 느낌으로. 야마사키 씨가 키시다 씨보다도 더 연배가 있고, 나한테 그렇게 읽히기도 하니까. 늘 느끼지만 정말 이분은 자신이 인터뷰하는 대상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고 이끌어간다는 느낌이 있다. 역시 편집장.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싶은데 좀 나중에.. 사진 찍는 게 왜 이렇게 귀찮을까. -_-;

근데 이 인터뷰의 맨 처음에 나오는 큰 사진, 궁서체의 "쿠루리"라는 글씨가 크게 있고 귀여운 키시다 씨가 허름한 골목길에 있는 그 사진은 잘 찾아보면 로킹온재팬 홈페이지에서도 아마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내가 예전에 본 적이 있으니까.


인터뷰 중에서는 한국과 관련된 부분만 옮겨보았으며,
의역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틀린 부분도 있을지 몰라요. ㅠㅠ



* * *

- 조금 유기적인 취향이네. 그간의 앨범은 그랬지.

응. 그건 그것대로 좋아하지만 뭐랄까……지진이 일어난 다음날 10FEET와 함께 공연했어요. 어쿠스틱으로 하고 싶어져서 건전지를 쓰는 앰프로 베이스의 음만 내서.



- 아주 감동적인 라이브였던 듯한데.

네. 마이크도 앰프도 연결하지 않고 생으로 내는 소리니까. 좋은 결정이었구나 생각하면서 했었고요. 그리고 그 감각으로 새로운 밴드도 시작했던 거니까, 보다 유기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일렉트릭 기타라거나 연주하면서는 역시 전기를 잘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몇 번 한국에 라이브하려 왔던 때에, 작년 여름이었나, 록 페스티벌에 와서는 밥도 맛있고 왠지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11월 말에 투어로 왔을 때도 역시 앰프의 음 같은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러고 나서 사토 군과 케이 팝을 좀 들어볼까 하고, 제 취향은 아니지만 카라 노래 같은 걸 들어보면서 음이 좋구나 하고 생각했고요.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어쩐지 직감 같은 게 있었어요. 단순히 어떤 소재로서도 재미있으려나 하고 생각했고.



(중략)



- 그저 그 세계의 그 감각으로 계속 해나간다는 건, 나한테 쿠루리는 역시 펑크 밴드적인 면도 있으니까. 다음에 그런 방향으로 간다는 건 매우 수긍하기도 했고.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예를 들면 유럽이나 뉴욕처럼, 뭔가 이미지도 포함해서 먼 곳에 가지 않고, 근처에 있다는 그런 감각은 아주 참신한 듯한데.

응, 응. 어디를 가더라도 그 나름의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든지, 그곳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생각했다든지 하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한국에 와서는 한국에 옴으로써 내 안에서 작용하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아주 있는데요.



- 그래도 그게 그렇게 크지는 않지? 가령 빈에 갔을 때, 실제적으로 음을 만드는 데에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보다도, 클래식이라면 곧 빈이라는 그 관념이 아닌지?

관념이죠.



- 그걸 구해서 갔던 거 아냐? 근데 이번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좀더 쿨합니다. 아마도요. 그때는 역시 그곳의 음악자체에 자극 받아서 갔던 거죠.



- 그런데, 그 뒤에 교토에서 앨범을 만들었던 때에도 어떤 종류의 관념을 구해서 갔던 부분도 있었잖아. 나는 한번 더 이 교토에서 음을 만들겠다는.

그렇네요.



- 근데 이번은 뭔가 그런 레벨과는 다른 것 같다는 느낌.

좀 다르네요. 뭐랄까, 다들, 예를 들면 유코 씨가 한류를 좋아한다든지 그런 것도 있고요. 그건 마치 뭔가 낚싯줄을 늘어뜨리는 것 같지만(웃음). 와서 느낀 게, 식사에 관한 스트레스도 없으니까, 그건 좋다는 느낌이라든지.



- 그렇네, 그러니까 식사 문제라든지, 유코 씨가 한류를 좋아한다든지, 이웃 나라인데도 좋은 전압을 쓸 수 있다든지. 매우 그 터프한 느낌이 들어, 그 동기가. 주부 같은 매우 현실적인 터프함. 어딘지 모르게라면 콘셉트가 필요한 키시다 군이지만, 이번에는 특히.

콘셉트를 세운다는 건, 저도 서투르고, 그런 서투른 현장이라서.



(중략)



- 이번에 한국에서 레코딩 하고 있다는 게 작품의 내용 자체에 뭔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있나?

여기 와서 쓴 가사나 만든 곡도 있으니까, 어떤 영향은 받았을지도 모르죠. 이곳과는 연인이라기보다는 같은 반 친구가 된 정도의 거리감으로 도전해보고 있어요. 빈은 좀더 연인이 되고싶었던 느낌이랄까. 여기는 뭔가 좀더 담담한 기분이고, 우리가 데뷔했던 즈음 도쿄의 15년 전 모습이 플래시백되기도 해요. 홍대 같은 곳을 걷고 있으면, 그 당시 빅터 엔터테인먼트가 있던 하라주쿠 주변이 생각나기도 하고 사람들과 만나도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고요. 뭔가 에너지를 느끼는데, 그 에너지는 우리의 음악에는 매우 필요한 것이죠.




Posted by aros
이야기2013. 3. 17. 20:35



이건 내가 작년 8월에 해놓았던 것을 조금 다듬어서 올리는 것이다.

사실 크게 바뀐 건 없는데, 그때 어려웠던 부분은 지금도 변함없이 어려워서 좀 절망했다. 그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왜 지금도 어렵단 말이더냐. ㅠ ㅠ

아무튼 그 당시에는 인터뷰를 읽으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옮겼던 것이고. 인터뷰 뒤에는 키시다 님이 쓴 《왈츠를 추어라 ワルツを踊れ》의 제작과정 노트가 있는데 나중에는 그걸 옮겨보고 싶다.


<로킹 온 재팬> 20077월호 인터뷰(pp. 55-57)에서. 인터뷰어는 야마사키 요이치로(山崎洋一郞).
의역을 한 부분이 있으며,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쿠루리, 신작 《왈츠를 추어라》, 완성!!



* * *

- 정말 예상할 수 없네요. <주빌리Jubilee> 같은 멜로디가 팝 씬에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까라는 의문인 거죠.

그래도 저는 멜로디가 단어라고 생각하니까요. 지금은 일반적으로 단어는 언어이죠. 컴퓨터의 세계에서는 숫자가 언어이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같은 문과 계통의 사람에게는 단어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멜로디만으로 사람은 울기도 하지 않나요. 그건 아마도 음악이 좀 더 위대했던 시대의 흔적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물질주의 문화가 아니라, 음악이 오락이 아니고 조금 커다란 것이었던. ……음, 이번에도 생각했던 것은, 역시 클래식에 접했어요. 그래서 현악 연주를 넣었습니다. 물론 그런 영향도 있었어요. 역시 옛날의, 그야말로 18세기와 그즈음의 시대……빈에 가면 그 전통을 필사적으로 계속해나가서 무엇인가 형태를 고정시킨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 있으니까요. 음악이 오락이 아니고, 여러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시대의 것을요. 그래서 저는 아마도, 그 시대에 가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락을 목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 뮤지션이 된 것도 아니에요. 사실은 역시……일률적으로 팝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무거운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요(웃음). 제가 음악을 어린 시절에 좋아하게 되어서, 스스로 머릿속에서 만들어내거나 했던 욕구라든지 그런 것은……현상(現象)으로써의 팝 뮤직의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어쩐지 알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아직 팝 뮤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점점 가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합니다.


 - 하지만 팝 뮤직은 오락인 동시에 그런 힘을 가진 표현이기도 하지 않나요?

요소는 그렇지요. 하지만 그것이 음악이 아닌 비음악적인 요소로써, 역할이 바뀌어버리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저는 “음악을 위한 세계가 아닌 세계구나”라고, 음악을 만들어가며 자주 생각하고 있어요.


- 그래도 그건 팝 뮤직을 만드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는 바꿀 수 없죠.

그것에 관해서 저는 타력본원(他力本願)으로써, 사회가 바뀌었으면 한다고(웃음) 생각하고요. 또는 제가 하지 않고 리스너들이라든지 그런 사람들이 바뀌었으면 하고 생각해요. 저는 역시 뮤지션이니까,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전략을 세우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음악을 만들고 싶네요.


- 지금의 록/팝 씬에서 느끼는 의문이나 불만은 이 앨범의 내용에 큰 영향을 주었나요?

음, 여러 가지 있는데요. 일단 <로킹 온 재팬>에도 실리고, 우리들을 록 밴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써, 방향을 알 수 없이 길을 달리 드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도 역시 록은 새로운 것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들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새롭게 만들었다는 실감은 조금 있어요. 그것은 자유로운 멜로디입니다. 역시, 최근의 일본의……일본뿐만 아니라 영국의 록, 팝을 듣고 있으면 멜로디가 아주 부자유스럽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좋은 멜로디를 쓰는 사람도, 부자유스러운 멜로디를 쓰게 된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멜로디라니!”라거나, “정말 정체된 기분이 드네, 이 멜로디”라든지, 그런 것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그런 멜로디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게다가 자유로운 것. 자유로운 멜로디를 쓰려면 여러 가지 세세한 것들을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것은 인터뷰의 초반에도 말했던 악보의 이야기 같은 것이 모두 그런 이야기예요. <아나키 인 더 무지크Anarchy in the Musik>는 실제로는 다른 가사가 있었어요. 그게 왜 바뀌었냐면, 조금……메시지가 너무 강해져서, 곡이 너무 장황해진 느낌이 있었어요.


- 어떤 가사였나요?

역 플랫폼을 보면 모두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죠. 휴대전화로 메일을 보내고 있어서 놀랐어요. 그리고 역의 전광게시판을 보면 몇 번 차량이 여성전용차입니다, 몇 번 차량은 약냉방차입니다 같은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요(웃음). 사람은 이렇게 로봇처럼 행동하는 중이랄까…… 예전에는 역에서 약속시간을 맞춰 사람을 기다리고 “몇 시 몇 분, 몇 번 개찰구에서 만나자” 같은 조금 로맨틱한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없으니까요. “아, 이제 역이야, 그런 거 아냐” 같은 식으로요. 그런 노래입니다. 저는 그게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요, 이 트랙과 맞추면 너무 하드코어해져서…… 왠지, 역시 젊은 사람들, 조금 점점 로봇화되어가는 듯한 사회라든지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제약이 사실은 많다고나 할까. 주5일제 근무가 되고, 이메일을 편리하게 쓸 수 있는데 일이 늘어나기만 하니까요. 여성이 치한을 만나지 않도록 여성전용차를 만든다거나, 강한 냉방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약냉방차를 만든다든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점자 블록을 만든다든지, 배려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뿐인데 뭔가, 그것은 꽤 그것대로 폐해를 낳고 있다고 할까요. 폐해를 낳으니까 좀더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들고. 결국 엄청나게 여러 가지 것들이 제약되고요. 좁아진다든지, 경직되는구나 같은.


- 응, 마비되고 있죠.

마비되고 있어요. 그 마비가 멜로디의 부자유를 낳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그건 특별히 음악에 직접적으로 담긴 메시지가 아니지만요. 어머니의 머리를 잘라 가방에 넣거나 하지 않도록 좀더 흙을 접한다든지, 사람과 사이좋게 지낸다든지, 그런 것이 가능해지게 한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합니다. 역시 이번 앨범은 꽤 다정하다고 생각해요. 아나키(anarchy)한 메시지도 분명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요. 분명 요즘의 일본의 대중음악이 어려운 와중에도 분발하려는 상황에서, 다른 관점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 이외의 사람이야 아무래도 괜찮지만……그래도 이 앨범을 듣고 멜로디를 매개로 해서 자유라거나, 에코(eco)라든지 혹은 초자연 같은 걸 느껴서 듣는 사람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상쾌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가치 있을까요. 그게 가장 기쁩니다.



* * *

1. 이 뒤에는 교토에서의 음악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당시에는 구상 중이었던 듯.
쿠루리는 역시 교토 밴드.

2007년부터 매해 9월에 쿠루리 주최의 ‘교토 음악박람회(http://www.kyotoonpaku.net/)’가 열리고 있다.

올해(2013년)는 922일이라는데... 나도 꼭 가보고 싶다. ㅠㅠ

그리고 올해부터는 또 무슨 WHOLE LOVE KYOTO라는 행사도 열린다고.


2. 인터뷰에서는 꽤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다른 때 보면 역시 개그 본능으로 충실하신 깜찍한(!) 분인 것 같다.
추어탕을 맛있게 먹고 한국에서 레코딩할 당시 주식 중의 하나가 참이슬이라고 하는 걸 보며 한국에서 25년 넘게 산 나보다 훨씬 더 나으신 분이구나..... 싶었다. 맛난 거 먹으러 또 오세요. ♡

3. 사실 나는 <아나키 인 더 무지크>에 관한 내용이 나와서 참 흥미로웠다. 내가 《왈츠를 추어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좋아하지만 남에게 들려주기 좀 쑥스럽거나 부끄러운 노래"라는 주제로 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노래를 들고 갈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스트링이 정말 멋지게 어우러진 트랙이기도 하고, 키시다 시게루의 저음의 목소리가 정말 멋지다. (좀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정말 섹시하고 심지어 퇴폐적이다. -_-;) 가사도 처음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했지만 하나하나 해석해보니 아주 재미있는데, 언어유희도 있고 음악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샤프, 내추럴, 플랫, 크로매틱(chromatic, 반음계의), 홀 톤(whole tone, 온음), お玉杓子(오타마쟈쿠시 : 국자, 올챙이 등의 뜻인데 “음표”를 가리키기도 함!ㅎㅎ) 등. 




Posted by aros
이야기2013. 2. 10. 01:30




야마시타 노부히로,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天然コケッコ─>(2007)



포스터에도 "무공해 천연색으로 반짝이는"이라는 카피를 사용하고 있지만,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정말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내가 좋아하는 많은 일본 영화들과 비슷하게 이 영화에서도 특별히 자극적이거나 대단한 사건 없이, 조그마한 파도들은 있을지언정 시골의 아기자기한 일상이 자연스레 흘러간다.


새로 전학온 첫 동급생 히로미(오키다 마사키), 소요(카호)의 두근거리는 마음, 두 사람의 어색한 입맞춤, 동네 우체국, 이발관, 음식점, 흘러가는 구름, 철길과 바다, 땅에 핀 자그마한 꽃, 학교 운동장, 마을 축제, 처음 가본 도쿄의 풍경(내가 가봤던 곳들도 보여서 왠지 더 기분이 좋았다), 루즈삭스, 교복... 어설프고 어리지만 분명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은 어느새 온통 따뜻해진다. 히로미와 소요는 어느새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짧은 머리가 어색한 히로미와 예쁜 세일러복이 잘 어울리는 소요의 모습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함께인 아이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나는 이 영화를 국내에서 발매된 DVD로 봤는데, 부록에 뮤직비디오, 티저 예고편, 극장 예고편, TV 스팟... 그리고! 야마시타 감독과 소요 역의 카호와 주제곡을 맡은 쿠루리의 키시다 시게루가 진행한 음성 해설이 들어 있다. 사실 이건 모르고 구매했던 건데 DVD를 받고 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음성 해설은 위에 언급한 세 사람이 영화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서, 나는 영화를 연속으로 두 번 보게 되었다. ^^;


야마시타 감독과 카호가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나누는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었다. 카호 양은 연신 "정말 그리워요"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한때 미기타 소요로 살았던 카호가 얼마나 그립고 애틋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찍으며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 자신의 의도 등을 말해주는 야마시타 감독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그냥 지나쳤던 장면도 다시 한번 주의깊게 보게 되고... 그리고 일단 나는 평소에 키시다 상이 말하는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가 없으니까, 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영화 촬영지(시마네 현)를 방문했던 이야기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같은 것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


영화가 끝나며 나오는 노래, 쿠루리의 <말은 삼각 마음은 사각 言葉はさんかく こころは四角>. 야마시타 감독은 노래가 시작될 때 "덕분에 끝을 낼 수 있었어요"라며 키시다 상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言葉はさんかく こころは四角>의 싱글 표지. 조금 특이하게도(?) 이 싱글은 한국에도 발매되었다.

이 노래는 쿠루리의 일곱 번째 정규앨범인 《왈츠를 추어라 ワルツを踊れ Tanz Walzer》에도 수록되어 있다.



영화 장면으로 만든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쿠루리 오피셜 채널에도 올라와 있지만 아쉽게도 일부만 볼 수 있다.

하지만 고맙게도 2007년 후레아이 콘서트 파이널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 

노래는 340초 정도까지이고 그 이후는 "고마워요~" 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서로들 얼싸안고 그런 장면인데, 사람들과 장난치며 환하게 웃는 키시다 상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ㅎㅎ

 

말은 삼각, 마음은 사각이라는 비유가 참 재미있는 노래이다. 노래의 화자는 "언젠가 분명 너도 사랑에 빠지겠지/잡았던 손을 뿌리치듯이"라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사랑에 빠지려면 역시 예전에 잡았던 누군가의 손을 뿌리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노래의 화자가 지금 울고 있는 거라면, 자신의 마음의 사각형을 그대로 내보일 수 없는 상태라면 조금은 슬픈 내용의 노래이겠지만 그럼에도 이 노래는 슬프지 않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멜로디로, 눈물에게 안녕을 고하고 있으니까.

 

 

* <言葉はさんかく こころは四角> 가사

https://manatsunoqrl.tistory.com/84

 


 


 

 

Posted by aros
이야기2013. 2. 2. 23:48




아이쿠, 진짜 젤 귀여움ㅠㅠ ♡

뮤직비디오가 시작되며 잠옷 바람의 키시다 상이 등장!

다다미방에서 잠옷 바람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 반했다.




뭔가 굉장한 포스가 느껴지는 타이틀. -_-;; 아주 촌스러운 액션영화라도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라능.




액션영화는 아니지만 인상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 남자 등장.

비틀즈 다음으로 좋아하는 흡연자.

담배 냄새는 싫지만 어차피 내가 이분의 담배 연기를 맡을 일은 없으니까 괜찮음(?).





......참으로 부러운 분들. ㅠㅠ




시트 위에서 열심히 연주 중. 그의 정수리와 가녀린 손목에 반했다. (변태 같아. -_-;)




아저씨, 머, 머리 좀....

그치만 은은하게 보이는 보조개가 매력 포인트. ♡





사토 상은 역시 이 머리가 젤 잘 어울려. :)

작년 새 싱글 PV 보고 첨에는 어? 왜 사토가 없어? 이랬었다. -_-;




공연을 마치고 이제 안녕~!

키시다 모자가 너무 귀여워! 점퍼도 예뻐. ㅋ 마침 요즘 이런 모자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Posted by a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