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013. 1. 21. 00:30




쿠루리 베스트 앨범의 첫 번째 CD를 들으며 했던 생각은, 아, 《TEAM ROCK》이라는 앨범을 사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에 두 번째 CD를 들으며 생각이 조금 바뀌어서 더 초기의 앨범부터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이 앨범을 들었다. 오사카 신사이바시 상점가의 북오프에서 산 CD인데, 사실 며칠 전 교토에서도 이 앨범을 구입했지만 사이드라벨이 없는 것이었다. 신사이바시에서 본 것은 사이드라벨이 있었기에, 조금 고민하다가 샀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처음에 샀던 그 CD가 그전 날 난바에서 샀던 것이라고 착각해서, 환불하러 가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중에 아니었구나, 하고 앗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때 산 게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깨달았다. 나중에 산 CD에는 사이드라벨뿐만 아니라 스티커, 가사 정오표 스티커, 쿠루리의 라이브를 휴대폰으로 중계한다는 휴대전화에 대한 내용과 선물 응모권이 있는 별지까지 잘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CD의 상태와 부클릿의 상태, 케이스의 상태까지 모두 훌륭하다. 이걸 판 사람이 왜 이 앨범을 팔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얼굴도 모르는 그분이 너무너무 고맙다고 생각했다.


위에 올린 사진은 이 앨범을 듣기 전부터도 알고 있던 사진인데, 정말, 정말 멋진 사진이다. :)


가사는 좀더 많이 듣고 난 뒤에 번역해볼 생각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잡지들 중에 이 앨범에 관한 내용이 언급된 부분도 앨범을 더 많이 들어본 뒤에 읽어볼 생각이다.


부클릿 마지막 부분에 있는 단상들을 읽는 일이 정말 즐거웠다. 그 당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단상들과 풍경들이 담겨 있어서, 나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그 풍경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도 평소에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 써두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침 예쁜 다이어리도 선물받았으니. :)



* * *


아게오시에서 벼락 치는 소리를 들었다 / 여름에 만난 친구들은 밝은 모습이었다 / Mac이 든든했다 / 교토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모두 도쿄에 왔다 / 베이스 한 대가 더 가지고 싶어졌다 / 스튜디오에 열쇠를 두고 와서 택시를 타고 가지러 갔다 / 센다이에서 잔뜩 취해서 레코드 회사 사람에게 도시바로 이적하겠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 좋아하는 밴드가 늘고 싫어하는 밴드도 늘었다 / 가나와의 노천탕에서 벌레소리를 들었다 / 뉴시네마 파라다이스를 보며 엉엉 울었다 / 월드컵 대표 다나카가 패널티킥에서 실축했다 / 작년 여름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다 / 저녁의 모래톱이 쓸쓸했다 / 후지산 기슭의 들판에서 아토 린지와 놀았다 / 오카자키 교코의 만화를 모두 가지고 있게 되었다 / 여름밤의 전기자전거는 기분 좋다 / 미토 낫토를 할머니께 드렸다 / 생명보험을 들고 말았다 / 콘트라베이스의 장점을 다시 보게 되었다 / 런던에 갔다 / 이사를 했다 / 처음으로 후지 록 페스티벌에 가지 못했다 / 아토 린지와 어울리는 청바지였다 / 스네어의 위치를 올려보았다 / 가끔 도쿄 억양으로 말할 때가 있다 / 요요기 체육관은 컸다 / 섬머소닉에서의 라이브는 감기에 걸린 탓에 최악이었다 / 신오쿠보에서 게이가 집적댔다 / 드래곤퀘스트 3를 클리어했다 / 간사이풍의 우동집에 자주 갔다 / 스튜디오로 향하는 롯폰기의 거리 모습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 나카무라 가즈요시 군과 네기마 냄비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약속했다 / 새 자전거를 샀다 / 꿈을 자주 꾸게 되었다 / 앰프 대여비는 비싸게 먹힌다 / 카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 샤카좀비의 멤버 츳치의 리믹스에 감격했다 / 결국 세타가야선은 전 차량 신형으로 / 롯폰기에도 안심되는 장소가 있다 / 아게오시에서 먹었던 자루 우동이 맛있었다 / 당분간 《판델리아》를 듣고 있지 않는다 / 엔도 겐지 씨와의 라이브는 자극적 / 부분과 전체의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왠지 가을에 몸무게가 불었다 / 이가 안 좋아서 치과에 다니고 있다 / 카레 우동에 어묵은 있다 / 하코네에서는 유황 냄새가 난다 / 야마나카코에서 조깅하고 후지산에 경배했다 / 히타치나카에서 해수욕을 했다 / 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라이브도 기분 좋다 / 텔레비전 노래 프로그램에는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 가슴털이 났다 / 매일 마시던 맥주에서 소주로 바꾸었다 / 이사하고 3일째 갑자기 바퀴벌레와 마주쳤다 / 노래방에서 B’z의 노래를 불렀다 / 운전면허를 따려다 따지 못했다 / 게이오선에 타고 있던 여자아이가 예쁘다 / 온천이 아닌 노천탕도 좋다 / 셋이서 <반더포겔>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 가을 투어는 이제까지의 투어 중 제일 즐거웠다 / 오른쪽 눈이 더 크다는 걸 알게 되었다 / 라이브가 좋아진다 / <반더포겔>의 뮤직비디오는 핸디캠으로 찍었다 / 홋카이도에서 첫눈을 봤다 / 간토 사철에서는 게이큐가 제일 좋다 / 이와키 시에서 오랜만에 하늘 가득한 별을 봤다 / 오키나와에 가보고 싶다 / <반더포겔>은 인기가 있다고 실감 / 이와키 시의 바다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 타로 씨가 만든 톤지루는 최고였다 / 겨울에는 머플러를 꼭 한다 / 우리들이 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재밌다 / J. 매시스를 만날 수 있어서 기대된다 / 검은색 수트를 입으면 마음이 확 다잡아진다 / 이와키 시에서 봤던 아침노을이 아름다웠다 / 아오야마 묘지에서 고양이한테 목캔디를 줬다 / 대형 오토바이에 탔을 때는 기뻤다 / 새로 산 신발이 너무 작다 / 레코딩하고 있는 옆에 레이싱걸이 있다 / 못 군은 살이 쪘지만 멋있어졌다 / 시골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 머플러를 바꿔서 행복했다 / 기름진 라멘 때문에 속이 망가졌다 / 하타야마가 복싱 2급 제패를 달성했다 / 내 사인을 누가 헐뜯었다 / 건널목에서 할머니를 도와드렸다 / 대학생보다 내가 더 젊은 것 같다 / 완성되어가는 곡 때문에 두근두근했다 / 사토의 집은 깨끗했다 / 리치 호틴은 최고다 / 의식과 무의식의 틈을 즐긴다 / 언더월드는 세 명인 게 좋다 / 시간이 없어서 철야를 계속했다 / SMAP이 좋아졌다 / 매일 마시던 소주를 데킬라로 바꿨다 / 냉장고는 의외로 가벼웠다 / 마리화나 그림이 그려진 라이터만은 잃어버리지 않아 / 역시 부자가 문화를 만들어가는 걸까 / 지금까지 먹었던 것 중 가장 맛있는 도시락을 먹었다 /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 다카야마 씨는 사실 아이가 둘인 애아빠였다 / 집에 서라운드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 톰 요크가 전 앨범을 칭찬해준 것 같다 / 앞마당의 서릿발의 감촉이 좋다 / 올해 첫눈은 홋카이도에서 봤다 / 앨범을 만드는 건 정말 힘든 것 같다 /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는 기백이 필요하다 / 잡지의 표지를 장식해서 기쁘다 / 댄스는 인간이 발명한 쾌락이다 / 이시하라 신타로는 싫지 않다 / 왠지는 모르겠지만 테크노에 푹 빠졌다 / 고양이 짝짓기하는 소리가 시끄럽다 / 나라는 세금을 유용하게 써라 / 오자와 겐지는 최고다 / 고베는 돗토리의 지진 후 대응을 보고 배워야만 한다 / 추워져서 연애를 하고 싶어졌지만 그만뒀다 / 서니데이서비스가 해산해서 아쉽습니다 / 완성된 앨범을 얼른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 어머니 생신에 장미꽃을 나이만큼 보내드렸다 / 뮤지션으로서는 어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사람을 배신했다 / 요쿠모쿠 과자점의 과자가 좋다 / 음악으로 울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 * *


이렇게 해놓고 보니까 진짜 길구나. -_-; 그래도 옮기면서 정말 즐거웠다.

"서니데이서비스가 해산해서 아쉽습니다"라는 말도 특히 인상적.


근데 이걸 해놓고 나니까 자꾸 엉뚱한 키워드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분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는데 생각해보면 낚이신(?)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




Posted by aros
이야기2013. 1. 14. 23:15



2012년 가을에 간사이 여행에서 사왔던 잡지 중 <bridge> 2005년 가을호 대담의 일부를 옮겨보았다.

부족한 번역이라서 정말 쑥스럽지만 ...

작년 11월 말에 내 개인용 블로그에 올렸던 것인데(뭐 지금 이 블로그도 내 개인용 블로그이지만 -_-;) 여기로 옮긴다.

앞으로 쿠루리 관련 글은 대체로 이곳으로 옮겨올 예정~


두 사람에게 열네 가지 질문을 주고 답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

진행자는 시부야 요이치. 음악평론가이자 편집인으로, <Rockin' on>을 창간한 분. 로킹온 주식회사의 대표이며 아마 로킹온 출판사에서 나오는 모든 잡지의 발행인인 듯. 위키에서 프로필을 훑어보며 뭔가 존경심과 부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세 사람의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키시다 씨 1976년생, 히다카 씨 1968년생, 시부야 씨 1951년생)

친구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키시다 시게루의 혹독했던 알바 이야기, 밴드 콘테스트 우승 당시의 에피소드, 중학생 때는 꿈 같은 건 없었다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고, 지금 언급한 부분은 모두 옮겨보았지만 일단 일부만 올린다. 나중에 더 올릴까 하는데 그러려면 또 다시 검토를 해야 하니 과연 나의 귀차니즘을 이길 수 있을까?


7년 전의 이야기라서 아마 지금과는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읽으며 계속 느낀 건 히다카 토루가 정말 말이 많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 진짜 이 아저씨 때문에 계속 빵빵 터짐. ㅋ

키시다도 물론 재미있지만 어쩐지 이때는 더 까칠하게 느껴진다.

이거 읽고 나서 2011년 잡지 읽는데 어쩐지 키시다가 좀더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어서.


지나친 편리함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 불필요한 게 너무 많다는 이야기에 대해서 정말 공감.

"냉방을 하면 계절을 느낄 수 없다"는 히다카의 말도 아주 인상적이다.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어쩌면 이 두 사람은 더위를 별로 안 타는 편이라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아무튼 나는 적어도 에어컨은 필요 없다. 선풍기로 충분..)


읽으면서 어머, 키시다 시게루가 이렇게 로맨티스트였다니? 라고 생각하기도. ㅋ 지금은 어떨까 싶지만.

무엇보다 "사랑과 닮은 감정에 빠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라는 키시다의 말에 굉장히 공감했다. 

뭐, 아무튼 무엇인가에 몰두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나 역시 그런 상태를 아주 좋아한다, 정말로.








* * *


― 그리고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키시다 씨의 답은 “사람이 퇴화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모든 것. 지나친 편리함은 불필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히다카 : 좋은 이야기네.

― 그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히다카 : 휴대전화 같은 것이겠죠?

키시다 : 휴대전화라든지……냉방이라든지.

히다카 : 나도 냉방 안 해요. 냉방 싫어.

키시다 : 저도 싫어해요.

히다카 : 그쵸? 계절을 느낄 수 없고.

키시다 : 정말, 정말 그래요.

히다카 : 원룸에 냉방기가 들어와 있는 풍경, 뭔가 기분이 우울해진다구.

키시다 : 예를 들면 “아, 시원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순간뿐이에요. 그 한순간만 좋은 것 같아요. 역시 그런 걸 원하는 건, 사람이니까 욕구가 이것저것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계속되면 마비되는 거죠. 그거에 덧붙이고 계속 덧붙여가다보면 우리 쪽에 안 좋은 거니까. 별로 그런 건 필요 없지 않을까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히다카 : 히피니까.

키시다 : 네. 거의 아무것도 필요 없이.

히다카 :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니까.

키시다 : 예를 들면 혼자서 노는 일이라든지 아주 자신 있어요, 저.

히다카 : 야한 의미로는 아니겠지.

키시다 : 음…….

히다카 : 그것도 포함해서?(웃음)

키시다 : 야한 것 같은 것도 포함해서,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왜 이런 게 필요할까 싶은 게 너무 많아요. 특히 도쿄에는 너무 많아요. 도쿄를 파괴하고 싶어.

히다카 : 고질라다(웃음).

키 시다 : 고질라예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내 방에서 손잡이 같은 게 망가지기도 하잖아요? 고치지 않아도 조금만 애쓰면 열리기도 하죠. “조금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뿐야”라는 이야기가 되는 건데요. 직접 개발한 편리함은 좋아해요. 남이 개발해서 강요당한 편리함은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죠.

(중략)

― “음악 이외의 것에 자신을 바친 시절이 있습니까? 있다면 그게 무엇이었는지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 키시다 씨의 답은 멋지게도, “사랑”이라고.

키시다 : 그 정도죠.

히다카 : 아까랑 이야기가 다르잖아. 혼자 노는 게 자신 있다고 말했는데(웃음).

키시다 : (웃음) 사랑은 해요.

― 사랑에 대해서는 많이 에너지를 썼나요?

키시다 : 네, 전부 쓰죠.

― 멋지네. 그건 여자가 아주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키시다 : (웃음)

히다카 : 별로야, 난(웃음).

키시다 : 뭔가 제가 노래를 쓰는 계기 같은 것과 닮아 있으니까. 그런 기분이 연결되는 유일한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히다카 : 그렇군.

키시다 : 그건 제 경우의 편리함입니다.

히다카 : 좋은 사랑을 해서 좋은 노래를 쓴다는 발상 아냐?

키시다 : 아아…….

― 여성 가수들은 그런 경향이 있지만요.

키시다 : 모르겠어요. 뭐랄까? 그치만 사랑이라든지, 사랑과 닮은 감정에 빠지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히다카 : 철도도?

키시다 : 철도는, 뭔가 좀더…….

히다카 : 좀더 메카닉한 것일까.

키시다 : 응, 조금 남자아이스러운.

히다카 : <스타워즈>적인 것이네.

키시다 :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왓 하고 몰두하게 되는 이외의 것은 전혀 필요 없어요. 전혀 흥미가 없고. 뭔가 저 굉장히 효율적인 인간일지도 모르죠, 오히려.

― (웃음) 그럴지도.

키시다 : 몰라도 될 듯한 것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니까. 그런 게 아마도 사회에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히다카 : 세금 내는 방법 같은 것도.

키시다 : 세금에 관한 것도 전혀 모르고요. 연예인 이름이라든지 하나도 모르니까요. 음악에 대해서도 아주 좋아하는 건 역시 열중하지만, 그렇지 않은 건 듣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렇네요. 사랑, 사랑입니다.

히다카 : (웃음).

키시다 : 시부야 씨의 눈을 보면서, “사랑입니다”라고(웃음).

히다카 : 하하하하!

키시다 : 말하면 어떨까?(웃음)

히다카 : 조금 게이스럽네(웃음).

― 예를 들면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아주 빠져버리는 타입?

키시다 : 네. 아주 빠져버리지만요. 요즘에는 조금, 나이와 함께 그런 면이 둔감해져오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예를 들면 러브송은 여러 가지 있잖아요. 사람을 좋아하게 되기 시작한 순간의 노래라든지, 육체적 접촉을 하게 된 순간의 노래라든지. 그래서―.

히다카 : 끝나가는 때라든지.

키시다 : 그런 때라든지, 애쓰거나, 괴로워하는 것요. 무엇이든 역시 좋아해요. 뭐든지 역시 제 안에서는 음악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히다카 : 그렇군. 좋은 이야기네.

― 그건 역시, 사랑이라고 하는 안타까운 감정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

키시다 : 아마 그렇겠죠.

― 얘기를 들어보면 당신의 경우에는, 그런 국면밖에는 인생의 리얼함이 없네.

키시다 : 없어요. 전혀 없어요. 그렇습니다.

히다카 :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가 가장 리얼한 것이니까, 분명.

― 음악과 사랑 외에는 리얼함이 없는 것.

키시다 : 그렇네요.

― 또한 음악과 사랑이 어떤 의미에서는 일체화되고 있네요.

키시다 : 응, 허무함 없는, 기대 없는 인생이니까(웃음). 그래도 예를 들면, 물론 사랑 같은 것 이외에도 기대의 요소는 있지 않습니까. 파친코에서 돈을 딴다든지.

― 맛있는 걸 먹는다든지.

키시다 : 아, 맛있는 걸 먹는다는 거, 그건 굉장히 저, 중요할지도 몰라요. 몰두합니다, 사랑과 같을 정도로.



Posted by aros
이야기2013. 1. 13. 01:04





유튜브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영상인데, 1번부터 5번까지의 영상이지만 1번과 5번은 현재는 볼 수 없고 2-4번만 볼 수 있다. 2008 2월, 쿠루리가 시즈오카 현의 하마마쓰 바다의 별 고등학교(이름이 아주 예쁘면서도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학교를 설립한 외국인 수녀가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수녀회에서 만든 고등학교라서 그런지 물론 여자고등학교이다)에 찾아가서, 학교의 브라스밴드부와 함께 <브레멘>을 연습하여 공연을 올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썼듯이 5번을 볼 수 없어서 <브레멘>을 공연하는 모습은 유튜브에서는 볼 수 없다. (근데 아마 니코동에는 올라와 있는 듯?)


하지만 "합법적으로" 그 영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쿠루리의 아홉 번째 앨범인 《말로는 다할 수 없어, 미소를 보여줘 言葉にならない、笑顔を見せてくれよ》의 초회한정반에 들어 있는 <말로는 다할 수 없는 DVD 言葉にならない DVD>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정말이지 말로는 다할 수 없었던 이 DVD에 수록된 영상들은 랜덤 재생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 몇 번이고 다시 클릭을 해야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게 나름 재미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약간 오타쿠스럽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생각도 했다. ㅎㅎ


위에 언급한 앨범의 특설 사이트(http://www.quruli.net/smile/disc/index.php)에 나와 있는, 영상에 대한 키시다의 코멘트에 따르면, 이 공연은 졸업하는 선배를 배웅하기 위한 깜짝 기획으로, 무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고... 그리고 사토는 "아저씨들까지 반짝반짝거리게 만들었던 며칠간이었다"라고 언급했다. 정확히 어느 방송의 무슨 프로그램인 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영상에 보면 '스쿨 오브 락'이라는 타이틀이 보이는데 그게 프로그램 제목인 건지. 암튼 정확한 건 모른다. 공연 때 키시다는 지휘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사토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한다. 나중에는 아이들이 브레멘을 직접 부르는 모습도 나오는데, 아이들 중에 훌쩍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보여서 맘이 찡해졌다.


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져왔다. 씩씩하고 예쁜 여학생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멋진 음악 선생님이 된 키시다와 사토의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좋았다. 이런 음악 선생님이라니 말도 안 돼.. ㅠ ㅠ 라는 생각도 들고. 조금은 수척해보이고 피부도 하얗고 긴 머리가 잘 어울리는 키시다 상이 너무 청순해보여서, 아니 이렇게 청순하다니? 하며 보기도 했다. 지휘대에 선 뒷모습이 너무 가녀려서 또 놀랐다능... 아무튼 모두들 다 예쁘다. :)




Posted by aros
이야기2012. 12. 9. 17:42



<파피루스Papyrus> 201210월호 기사의 일부를 옮긴 것.

소제목은 내가 따로 붙였다.

모두 번역하긴 했는데 주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올림. :)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앨범의 제목, 《坩堝の電圧(るつぼのぼるつ; 루쓰보노보루쓰; 도가니의 전압)》

(…) 제가 제목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에 보인 것은, 생명의 존엄이라든지, 사람들의 유대라든지, 재해 이후에 자주 말해지는 듯한 그런 단어 속에 있는 “지역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곳에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통칭이 있다는 것. 재해가 일어났기 때문에 처음으로 “리쿠젠타카다 시(陸前高田市)”라는 이름을 알게 된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그 지역의 사람이 아니면, 동네 이름을 모르죠. 특히 최근에 병합된 시정촌(市町村 : 한국의 시, 읍, 면에 해당하는 일본의 행정구역/역주)은 이름이 많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everybody feels the same>이라는 노래의 후반에 세계의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를 나열해가는 가사가 있습니다만, 전국 투어를 할 때에 라이브를 하는 곳의 이름으로 바꾸어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지도를 인쇄해서 꼼꼼히 보면, 모르는 이름뿐이었네요. 시정촌을 병합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지역성이 파괴된 장소가 있고, 분리된 국민이 있다는 것이죠. 그것이 재해에 노출되었고, 저에게는 그것이 방치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것을 상징하는 키워드로서 “도가니[坩堝]”라는 단어가 우선 떠올랐어요. 네 번째 곡인 <taurus>라는 곡에 있는 “애정의 도가니가 되네/초원을 빠져나가라/황소처럼”이라는 가사에서 따왔습니다. (…)
 지금은 여러 가지 것들을 도가니에 비유하여 말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지역성의 이야기도 그렇고요, 사람의 마음속도 마찬가지로 도가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은, 좀처럼 잘 되어가지 않네요. 원자로도, 냉각 배관이 조금 부서진 것만으로도 문제가 일어나고 말아요. 어딘가 한곳으로부터 증기가 새어나온 것만으로도 못쓰게 되는 거예요. 그것은 사람의 신체, 마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미지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중에, 문득 “るつぼのぼるつ”라는 단어가 돌연 떠올랐어요. 우선, 그 울림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꾸로 읽어도 같을 듯한데 실은 그렇지 않다는(웃음).


도쿄를 떠난 뒤의 의식의 변화

(…) 앨범의 마지막 곡인 <glory days>의 노랫말에 신칸센을 타고 그때까지 살던 거리를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시점에서 노래의 주인공은 자신에 취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잃어버린 것의 큰 의미와, 미담(美談)이 아닌 이야기가 많이 생겨나요. 정착할 곳이 없는 채로, 그 사람은 그저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glory days>는 그런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집시스러운 것이 아니라 고향을 잃은 감각에 가까워요.
 피해 지역에는 집에서 쫓겨난 사람이 있지요. 주위보다 약간 높은 평지에 주거를 이전하려고 해도, 좀처럼 계획이 정리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어요. 잘 생각해보면 재해로 그런 일이 처음 일어난 것은 아니에요. 살아온 장소에서 쫓겨나고, 그때까지 살아온 장소가 없어졌다고 하는 일은 과거에도 많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것에 대한 의식이 저에게는 희박했어요. 저는 교토에 고향집이 있고, 마음이 안정되고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방금 말한 ‘나는 어디 사람인 거지?’라는 감각이 해소된 것은 아니에요.
 살아온 장소에서 쫓겨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저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요. 피해를 입은 사람뿐만 아니라 방사능과도 관계없이, 어쩌면 지금부터의 일본에는 점점 그런 사람이 늘어갈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들의 기분은 무엇에 의지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냉정한 의미로 쓴 "추억"

(…)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잔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그것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고 싶어요. 지금까지 우리들이 눈을 돌리지 않고 관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라는 것은, 음악업계의 불황으로 CD의 판매량이 줄고 있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고 확실히 시대가 변하려 하고 있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보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로는 향할 수 없어요. 저는 그것에 꿈을 맡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쓸어버리는 강함과, 그럼에도 이상을 좇아 나아가기 위한 지표가 되는 듯한 것을 발견한다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앨범에는 “추억”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지만, 그것을 노스탤지어로서 쓰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나아가라”라는 단어도, 미담처럼 쓰고 있지 않아요. 무작정 나아가는 때의, 한걸음 나아갔다고 하는 물리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선으로 잇는 때에, 분명 새로운 것이 일어난다

(…) 지금의 시대는 여러 가지가 획일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직 획일화되지 않은 것을 점으로 붙잡아서 그것들을 하나의 선으로 이었을 때, 무엇인가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거나 한다면 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선으로 잇는 때에, 분명 새로운 것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것과 닮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소의 일상에 굴러다니고 있는 듯한 쓰레기 같은 일이라든지, 여러 감정 중의 하나라든지, 뭐라도 괜찮으니까, 작은 사물과 사건을 “바로 지금의 시대이기 때문에, 이것은 자극적인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 앨범에는, 오히려 시시한 듯한 노래도 들어 있습니다. 5년 전에는 그저 시시하기만 한 것이었을지도 몰라도, 지금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 많았습니다. (…)


밴드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 말하자면 저와 사토 군이 나선 같은 계단의 위를 향해서 걷고 있고, 그 멀리 아래의 같은 좌표에 두 사람이 있어요. 그들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신선한 놀라움을 느끼는 일이 여러모로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잊고 있던 첫 취재 때의 기분이라든지, 두 사람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낸다든지요. 그것으로부터 노스탤지어가 아닌 현실적인 사고방식이 생겨나기도 해요. 어쨌든 많은 일들이 재미있습니다.
이전에는 사토 군과 친구끼리 두 사람이서 하고 있다는 감각으로, 밴드로서는 미묘한 상태인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것이라면 역시 고조되지 않네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평소의 감각이 있어요. 평화로운 대신에 사건은 일어나기 어려운. 하지만, 사람이 늘어나고 학급처럼 되면, 작은 인종의 도가니 같은 것이 완성되죠. 그것이 역시 자극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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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를 읽을 당시는 아직 쿠루리의 열 번째 앨범이 발매되기 이전이라서, HMV에 예약을 걸어두고 그날만 꼬박 기다리고 있던 때였다. 아직 노래를 다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특설 사이트 등에서 몇 곡은 미리 들어보았으니까 ^^;), 이 인터뷰를 읽으며 든 생각은 이번 앨범은 분명 뜨겁고 상냥한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얼마 뒤에 정말 그렇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키시다 시게루는 자신이 발을 딛고 사는 곳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많은 애정을 품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모습들에 많이 감동을 받기도 했다. 밴드로 음악을 한다는 게 행복하다는 말도 인상적이고... 앞으로도 멤버들과 함께 오래오래 음악을 해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원문에는 사투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데, 편집 과정에서 많이 정리한 것일까 궁금하기도.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