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도 슬픈, 그리고 문학적인 느낌이 강한 노랫말. 동일본 대지진이 쿠루리의 작품 활동에 미친 영향을 짐작하게 하는 또 하나의 노래인 듯핟. 키시다 시게루의 노래와 기타 연주, 요시다 쇼넨의 첼로 연주만으로 이루어진 아주 조용하고 고요한 노래.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 중 가장 슬픈 정서를 담고 있지만 그 정서를 결코 과장해서 내비치지 않는 절제의 미학도 돋보인다.
- '노조미'는 일본어로 '소망'이라는 뜻으로, 도쿄에서 하카타를 잇는 신칸센의 이름이다. 참고로 2011년 3월 12일에 개정된 시간표에 따르면, 1호는 도쿄 역-시나가와 역-신요코하마 역-나고야 역-교토 역-신오사카 역-신고베 역-오카야마 역-히로시마 역-신야마구치 역-고쿠라 역-하카타 역의 순으로 정차. ^^; N700계 열차로, 도쿄에서 하카타까지 4시간 55분 소요된다고 한다.
- 2011년 한국 단독 라이브 때도 불렀던 노래이다. 신곡이 한국어로 뭐냐고 해서 우리가 열심히 “신곡”을 외쳤지만 아마 ㄱ받침이 잘 전달이 안 되었던 것 같다. ㅎㅎ
everybody feels the same 安心な僕らは旅に出よぜ 思いきり泣いたり笑ったりしよぜ 裸足のままでゆく 何も見えなくなる 君がいないこと 君と上手く話せないこと
쿠루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각각 <everybody feels the same>, <ばらの花>, <ロックンロール>, <東京> 노랫말의 일부이다. 오랜 세월 동안 쿠루리의 팬이었던 분이라면 이 부분에서 정말 울컥했을 것 같다. 나도 약간 그런 마음이 들었는데, 그런 분이라면 오죽했을까. :)
- 평소에도 좋아해온 노래이지만, 이렇게 노랫말을 한 문장 한 문장 해석해보니 역시 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온다. “없어져버린 과거”와 “알고 싶을 미래”라는 노랫말에서 특히 그렇게 느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나도 많이 마음 아파했고, 지금도 마음이 아프지만 역시 그 나라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서인지, 어쩔 수 없이 나는 외국인으로서의 거리를 두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그 일이 일본과, 일본인들에게는 나 같은 외국인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 한 번 느꼈다. 없어져버린 과거... 누구보다 알고 싶을 미래. 어쨌거나 이 노래는 나아가자고 이야기하고 있고, 분명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일 것이다.
- のぞみよ 突っ走れ를 처음에는"희망아, 질주해라"로 했다가 "노조미 호"여 질주해라로 바꾸었다. 이렇게 바꾼 이유는, 키시다 시게루가 잡지 <파피루스>의 인터뷰에서 "앨범의 마지막 곡인 <glory days>의 노랫말에 신칸센을 타고 그때까지 살던 거리를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요"라고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대체 이 장면이 뭘 말하는 거지? 하고 계속 생각하다가 이제야 눈치챔 ㅠㅠ;
- 이 노래의 PV는 <ばらの花>의 PV 촬영지였던 후쿠시마 현 이와키 시의 우스이소(薄磯)해안에서 촬영되었다.
- 쿠루리 오피셜 웹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키시다 시게루의 일기에 이 앨범의 셀프 라이너 노트가 올라와 있다. 이 노래는 레코딩을 위해서 한국에 방문했을 때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한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뒤를 확인하면, 자신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의 뒤에는 과거가 있고 앞에는 미래가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밤벚꽃을 구경하면서 과거와 미래에 대해 멤버가 다 함께 생각해 템포는 느리지만 혼신의 힘이 담긴 로큰롤으로 완성했습니다.” (前へ進みながら、後ろを確認すると、自分が進んでいることがわかります。現在地の後ろには過去があって、前には未来がある、という当然のことを歌っているに過ぎないのですが、夜桜を観ながら、過去のことと未来のことを全員で考え、テンポは遅いけど渾身のロックンロールに仕上げました)
포스터에도 "무공해 천연색으로 반짝이는"이라는 카피를 사용하고 있지만,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정말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내가 좋아하는 많은 일본 영화들과 비슷하게 이 영화에서도 특별히 자극적이거나 대단한 사건 없이, 조그마한 파도들은 있을지언정 시골의 아기자기한 일상이 자연스레 흘러간다.
새로 전학온 첫 동급생 히로미(오키다 마사키), 소요(카호)의 두근거리는 마음, 두 사람의 어색한 입맞춤, 동네 우체국, 이발관, 음식점, 흘러가는 구름, 철길과 바다, 땅에 핀 자그마한 꽃, 학교 운동장, 마을 축제, 처음 가본 도쿄의 풍경(내가 가봤던 곳들도 보여서 왠지 더 기분이 좋았다), 루즈삭스, 교복... 어설프고 어리지만 분명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은 어느새 온통 따뜻해진다. 히로미와 소요는 어느새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짧은 머리가 어색한 히로미와 예쁜 세일러복이 잘 어울리는 소요의 모습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함께인 아이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나는 이 영화를 국내에서 발매된 DVD로 봤는데, 부록에 뮤직비디오, 티저 예고편, 극장 예고편, TV 스팟... 그리고! 야마시타 감독과 소요 역의 카호와 주제곡을 맡은 쿠루리의 키시다 시게루가 진행한 음성 해설이 들어 있다. 사실 이건 모르고 구매했던 건데 DVD를 받고 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음성 해설은 위에 언급한 세 사람이 영화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서, 나는 영화를 연속으로 두 번 보게 되었다. ^^;
야마시타 감독과 카호가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나누는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었다. 카호 양은 연신 "정말 그리워요"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한때 미기타 소요로 살았던 카호가 얼마나 그립고 애틋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찍으며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 자신의 의도 등을 말해주는 야마시타 감독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그냥 지나쳤던 장면도 다시 한번 주의깊게 보게 되고... 그리고 일단 나는 평소에 키시다 상이 말하는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가 없으니까, 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영화 촬영지(시마네 현)를 방문했던 이야기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같은 것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
영화가 끝나며 나오는 노래, 쿠루리의 <말은 삼각 마음은 사각 言葉はさんかく こころは四角>. 야마시타 감독은 노래가 시작될 때 "덕분에 끝을 낼 수 있었어요"라며 키시다 상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言葉はさんかく こころは四角>의 싱글 표지. 조금 특이하게도(?) 이 싱글은 한국에도 발매되었다.
이 노래는 쿠루리의 일곱 번째 정규앨범인 《왈츠를 추어라 ワルツを踊れ Tanz Walzer》에도 수록되어 있다.
영화 장면으로 만든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쿠루리 오피셜 채널에도 올라와 있지만 아쉽게도 일부만 볼 수 있다.
하지만 고맙게도 2007년 후레아이 콘서트 파이널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
노래는 3분 40초 정도까지이고 그 이후는 "고마워요~" 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서로들 얼싸안고 그런 장면인데, 사람들과 장난치며 환하게 웃는 키시다 상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ㅎㅎ
말은 삼각, 마음은 사각이라는 비유가 참 재미있는 노래이다. 노래의 화자는 "언젠가 분명 너도 사랑에 빠지겠지/잡았던 손을 뿌리치듯이"라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사랑에 빠지려면 역시 예전에 잡았던 누군가의 손을 뿌리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노래의 화자가 지금 울고 있는 거라면, 자신의 마음의 사각형을 그대로 내보일 수 없는 상태라면 조금은 슬픈 내용의 노래이겠지만 그럼에도 이 노래는 슬프지 않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멜로디로, 눈물에게 안녕을 고하고 있으니까.
- 春一番 : 입춘 후, 처음으로 부는 강한 남풍. 이 외에도 바람과 관련하여 夕凪(유나기 : 저녁때 해풍과 육풍이 교체될 때 일시 무풍 상태가 되는 현상으로, 쿠루리의 가사에도 종종 등장한다), 木枯らし(코가라시 :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걸쳐 부는 건조하고 찬 바람) 등 흥미로운 단어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 어쩐지 한국어에도 바람에 관련된 단어는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재미있는 단어가 많다. 색바람(이른 가을에 부는 선선한 바람), 서릿바람(서리가 내린 아침에 부는 쌀쌀한 바람), 소소리바람(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차고 매서운 바람) 등.
-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언제나 엄청난 폭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답답한 기분일 때 이 노래를 들으면 그래도 조금은 후련한 느낌이 들기도. 얼른 코트를 벗어도 되는 계절이 왔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겨울이라서.
- 처음에는 노래 제목이 '행진'의 의미인 마치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3월'일 수도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 3월이 되면 그래도 그럭저럭 코트를 벗고 해가 길어지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3월에 코트를 벗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_-; 해가 점점 길어지는 것을 보면 정말 계절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바뀐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